[묵현상의 골프세상]접대골프

접대 골프도 나가야 하는 것이 골퍼의 운명인지도 모르겠다. 접대 골프에서도 노하우가 있다. 무조건 져주는 것이 접대 골프는 아니다. 적당히 이기고, 적당히 지고 엎치락 뒤치락하는 중에 접대 골프의 묘미가 있는 것이다. 50대 후반, 60대 초반 손님들을 모시는 접대 골프는 젊은 사람들끼리의 접대 골프보다 훨씬 더 어렵다. 나이가 들수록 노여움도 늘어나는 것이라서 조금만 잘못을 해도 안 하니만 못한 접대가 된다.

연세 드신 분들과의 접대 골프에서는 티샷에서 절대로 아이언이나 3번 우드를 잡아서는 안된다. 30대, 40대 보기 플레이어의 3번 우드 티샷은 평균 200야드 정도 나간다. 그러나 어르신들의 드라이버 티샷은 아무리 젊었을 때 장타자였다고 해도 190야드보다 길게 나갈 수가 없다. 내가 3번 우드로 200야드 티샷을 날리면 어르신들은 당신의 드라이버 티샷보다 멀리 나간 3번 우드 티샷을 보고 겉으로는 “나이스 샷!”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정말 조심해야 할 일이다. 접대한다고 불러놓고는 불쾌한 감정을 갖도록 하면 10점 감점이다.

160m 파3 홀에서는 4번 아이언으로 티샷하면 안된다. 어르신들은 아이언으로 160m를 칠 수 없기 때문에 5번 우드, 심지어는 드라이버로 티샷을 한다. 그런데 우리가 4번 아이언을 뽑아들고 온 그린을 하면 얼마나 괴로울까. 어르신들이 페어웨이 우드-소위 말하는 방망이-를 잡으면 나도 그래야 한다. 이 때를 대비해서 7번 우드를 준비해 둔다. 160m 파3홀을 맞이하면 7번 우드를 짧게 잡고 부드럽게 티샷을 해서 온 그린을 노린다. 내가 4번 아이언으로 온그린을 하면 그분들은 입으로는 “굿 샷!”이라고 하지만 속은 끓는다.

상대방의 볼이 슬라이스가 나서 오른쪽 산자락에 떨어지면, 무슨 일이 있어도 따라서 언덕에 올라가야 한다. 볼을 같이 찾아주고, 곁에서 트러블 샷하는 것을 보아드려야 한다. 언덕에 올라가는 것이 귀찮아서 페어웨이에 서서 트러블 샷하는 것을 볼 때마다 1점씩 감점 당한다는 것을 잊지 말자. 나이 들면 노여움만 늘어난다. 접대 골프뿐만 아니라 집안 어른들 모시고 라운딩할 때도 똑같다.

퍼팅에서는 오케이를 남발해서는 안된다. 직선 라인 오르막 1m 퍼트는 절대로 오케이를 줘서는 안된다. 하지만 사이드 힐 라인이거나 내리막 퍼트는 과감하게 오케이를 드려야 한다. 홀인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면 오케이를 드리지 말고, 까다로운 라인에 걸리면 주저없이 오케이를 불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