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부품기업, 한국으로 몰려온다

`한국의 모바일 시장이 워낙 크기 때문에 지사를 설립했다.`(이웅 테세라 한국지사장)

`한국 매출 비중이 늘고 있다. 외국계 부품회사 진출이 늘어날 것이다.`(양창수 AMS 지사장)

`한국 지사를 완전 현지화 하겠다.`(손병세 램버스 한국지사장)

외국계 IT 부품업체들이 잇달아 국내에 법인을 설립하고 있다. 반도체 회사인 오스트리아마이크로시스템즈(이하AMS) · 램버스 · 테세라, IT시장조사 업체인 IMS가 올해 한국에 새 둥지를 틀었다. HP · IBM과 같은 거대 세트업체들이 국내시장보다 중국이나 인도로 눈을 돌린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런 현상의 중심에는 삼성 · LG · 현대기아자동차 등 우리나라 세트업체가 있다. 우리 세트업체 매출이 늘면서 부품 구매량이 늘어나자, 외국계 업체들이 아예 국내에 법인을 설립하기 시작했다. 기존 인건비가 높다고 외국계 세트업체가 떠나간 자리를 이들이 채우고 있다. 특히 부품업체의 한국 진출이 눈에 띈다.

최근 오스트리아 운테프렘스타텐에 본사를 둔 AMS는 한국법인 설립을 완료하고 지난 10월부터 국내 영업활동을 시작했다. 종전에는 오스트리아 본사 직원이 한국을 방문, 영업을 해왔다. 양창수 지사장은 “회사 전체에서 한국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15%에 달한다”며 “한국 회사들이 수급하는 물량이 커지면서 외국계 회사들이 진출할 수 있는 부품 종류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전원관리용 칩, 전자태그(RFID) 등을 전문으로 설계한다.

미국 새너제이가 본사인 테세라는 지난 4월 한국지사를 공식 출범시켰다. 이 회사는 종전까지 전자기기 소형화, 광학기술 설계자산(IP) 중심의 영업을 해왔다. QR코드 스캐닝, 명함 인식 등 영상인식 기술 솔루션을 제공해 전 세계 휴대폰 시장의 3분의 1을 석권하고 있는 국내 시장에 자리잡겠다는 전략이다. 이웅 지사장은 “모바일 쪽에서 한국시장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지사 설립 필요성이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 2008년 한국시장에서 철수했던 램버스는 이달 3일 다시 설립했다. 삼성전자와 오랜 특허분쟁 끝에 5년간 총 7억원의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해 총 매출액이 1억1300만달러인 걸 감안하면 삼성전자에서 받는 특허료는 이 회사의 주요 수익원이다. 신사업인 발광다이오드(LED) 사업이 한국이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는 점도 한 이유다. 손병세 지사장은 “한국지사를 완전히 현지화 하는게 목표”라고 말했다.

영국 시장조사업체 IMS리서치도 이달 한국지사를 설립했다. LED · 디스플레이 · 생활가전 · 반도체를 비롯한 IT업종의 주력 시장이 아시아로 옮겨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시장에 대한 분석 수요가 많다는 점도 이 회사의 한국행을 이끌었다.

반면 기존 외국계 세트기업들은 한국을 떠나고 있다.

한국HP는 지난 5월 x86 서버의 대기업 총판을 구조조정했다. 한국시장의 성장세가 정체를 보이면서 유통망을 확대하는 것보다는 재고를 줄이는 실속형 영업을 택했다는 분석이다.

IBM 역시 우리나라 대신 시장이 큰 중국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3월 베이징 중국 연구센터에 `에너지 및 유틸리티 연구실`을 열어 4000만달러를 투자한다. IBM의 미래 먹을거리를 중국에서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