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대항해시대]스타트업 기업 첫 둥지를 잘 잡아야](https://img.etnews.com/photonews/1011/054373_20101108113619_483_0001.jpg)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 맹자 어머니가 자식의 올바른 교육환경을 찾기 위해 세 번 이사했다는 뜻으로 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이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창업을 하고 기술을 발전시켜 회사를 성장하는 과정에서 주변 환경의 역할은 존폐를 가늠할 정도로 중요하다. 특히 본격적인 성장기조로 달려 나가야 하는 스타트업(Start Up) 기업은 산-산 및 산-학 협력, 기업 육성프로그램 유무, 지원시설 등을 다각적으로 따져 향후 10년을 바라보는 입장에서 첫 둥지를 선택해야 한다.
많은 벤처CEO들은 말한다. “한국만큼 중소기업 관련 지원정책이 많은 곳도 없다”고, 반면에 또 다른 벤처CEO들은 “벤처기업에 대한 정부의 관심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같은 나라에서 같은 아이템으로 사업을 하고 있지만 이처럼 벤처기업 지원정책에 대해 의견이 엇갈리는 사례는 흔하다.
많은 지원 프로그램이 각각의 벤처기업의 입맛에 따라 설계될 수 없다 보니 나오는 현상이기도 하지만 이 중 해당 지원 프로그램의 존재여부조차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도 상당수다. 기술개발과 사업에 바쁜 대다수의 스타트업 기업이 관련 지원 프로그램 정보를 공고나 언론사 기사보다는 주변 기업 지인들의 입과 입을 통해 전해 듣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수많은 기업이 한곳에 모여 사업을 벌이는 산업직접지는 이 같은 정보를 상대적으로 쉽게 얻을 수 있다. 벤처 및 창업기업 육성을 위한 창업보육센터, 중소기업지원센터 등이 다수 들어서 있어 기업과 지원 프로그램 간의 체감거리가 짧기 때문이다. 이들 육성시설의 지원 내용은 일반적으로 △기업 입주시설 및 연구장비 지원 △직원교육 지원 △국내외 마케팅 및 홍보 지원 등으로 축약된다. 스타트업 기업 입장에선 회사 설립에서부터 제품개발, 상품화까지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첫 둥지를 어디로 택하는지에 따라 사업의 출발선 자체가 달라지는 셈이다.
과거 대표적인 벤처집적지는 단연 서울 강남 일대의 테헤란밸리였다. 하지만 IMF 이후 많은 기업들이 내실과 효율성을 따지면서 그 무게중심은 신규 산업집적지로 옮겨졌다. 서울·수도권 지역에서 G밸리(서울디지털산업단지), 상암DMC(디지털미디어시티), 광교테크노밸리 등이 과거 테헤란밸리의 아성에 도전하며 벤처기업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이들 각 단지에는 특색 있는 다양한 중소기업지원센터들이 들어서 기업지원 활동을 펼치고 있다. 스타트업 기업들이 처음 둥지를 마련하기에 딱 좋은 입지다.
◇G밸리(서울디지털산업단지)=얼마 전 입주기업 1만개를 돌파한 국내 최대의 벤처기업 집적지다. 1960년대 구로공단 시절부터 오랜 역사를 지닌 산업단지로 198만1000㎡의 대지에 ‘지식산업센터’라 불리는 첨단 오피스형 건물 100여동이 들어서 있다.
G밸리의 특징은 입주기업 대다수가 중소벤처기업이며 이 중 절반 이상이 지식서비스산업에 종사한다는 점이다. 그만큼 관련 지원 시설과 정책들도 많고 매년 새로운 중소기업 프로젝트들이 다수 선보이는 곳이다. 현재 G밸리에서 지원사업을 추진하는 기관만도 한국산업단지공단 서울지역본부(산단공 서울본부), 서울산업통상진흥원, 한국산업기술시험원, 한국정보기술원 등 20여개에 달하며 기업 및 산학간 협력 시너지를 위해 자체 조성된 협·단체도 다수다.
산단공 서울본부는 4대 미니클러스터 사업을 통해 기업들의 기술개발과 마케팅을 지원하고 있다. 이 사업은 정보통신(ICT), 디지털콘텐츠(DC), 지능형메카트로닉스(IMT), 그린IT 4가지 분야에서 종사하고 있는 기업들을 각 그룹으로 나누고 중소기업 단독으로 추진하기 어려운 사업을 협력을 풀어나가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300여개의 G밸리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기업과 기업, 기업과 대학과의 기술교류 주선을 통해 협력사업 발굴을 촉진하고 있다. 산-산, 산-학 공동 개발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연구개발 및 제품화 자금을 지원해주며, 수출시장개척, 마케팅 지원 등을 해준다.
창업보육센터로는 △서울산업통상진흥원 서울창업지원센터 △벤처기업협회 서울벤처인큐베이터 △한국세라믹기술원 세라믹스창업보육센터 등이 들어서 있다.
서울창업지원센터는 창업 후 3년 미만의 기업 및 예비창업자들을 위한 시설로 저렴한 임차료에 전산교육실, 세미나실, 회의실, 비즈니스룸 등을 갖추고 있다. G밸리에 들어선 지 이제 1년이 조금 넘었지만 벌써 50여개의 창업기업이 입주해 있을 정도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주요 지원내용으로는 제품 연구개발, 경영 기술 컨설팅, 투자유치 및 판로 지원 등이 있으며 공동 채용공고를 통해 중소기업의 인력난 해소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서울벤처인큐베이터는 창업 초기 벤처기업 육성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된 것으로 창업 7년 이내 예비벤처확인기업 및 벤처확인기업이 이용할 수 있다. 벤처기업협회가 강남 테헤란밸리에서 G밸리로 이전하면서 새롭게 단장한 시설이다. 입주기업으로 선정되면 사업계획 및 전략수립, 경영자원 조달, 창업상담 및 교육, 벤처클리닉, 네트워킹 구축 등의 경영지원 프로그램을 지원받을 수 있다.
세라믹스창업보육센터는 세라믹 분야 소재·강소기업 육성을 목표로 설립된 시설이다. 회의실, 휴게실, 공용실험실 및 실험장비, 체력단련실 등을 갖추고 있으며 입주업체 공장 설립 및 등록지원, 센터 졸업기업과의 협력기회 등을 마련해준다. 입주기업별로 전담 연구인력이 배치돼 기술개발 컨설팅을 제공하는 것도 특징이다.
최근에는 이들 육성기관이 함께 참여하는 프로젝트도 생겼다. 산단공 서울본부는 서울창업지원센터, 서울벤처인큐베이터, 세라믹스창업보육센터와 협력해 올해부터 ‘1+1 스핀오프 창업활성화사업’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1+1 스핀오프’ 사업은 현재 창업을 준비하는 대학생과 정부 및 대기업 출신 연구원이 함께 창업아이템을 선정해 프로젝트팀을 구성하면 이에 대한 자금 및 시설 지원을 해주는 제도다. 사실상 신규 창업기업을 위한 제도로 프로젝트팀으로 선정되면 기술창업비용과 함께 G밸리 3개 창업보육센터에 우선 입주할 수 있는 특전이 주어진다.
◇상암DMC(디지털미디어시티)=2001년 쓰레기 매립지였던 난지도 인근 땅 57만㎡를 문화콘텐츠 산업 중심단지로 조성하면 형성된 집적지로 현재 300여개의 디지털미디어, 엔터테인먼트, IT기업들이 들어 서 있다. G밸리와는 달리 중견기업 이상 대기업이 다수 포진돼 있어 향후 대기업과의 협업에 이점이 있다. 또 디지털콘텐츠 관련 다양한 지원센터와 함께 각 방송사들의 미디어센터도 몰려 있어 미디어콘텐츠 스타트업 기업들에는 최적의 입지다. 주요 지원시설로는 △상암DMC 첨단산업센터 △게임인큐베이팅센터 △마포비즈니스센터 등이 있다.
상암DMC 첨단산업센터는 디지털미디어와 IT 관련 중소벤처 유망기업을 유치하고 지원 육성하는 시설로 G밸리의 서울창업지원센터와 마찬가지로 서울산업통상흥원에서 운영하고 있다. 그만큼 지원내용이 비슷하지만 방송, 영화, 음악 등 디지털미디어 관련기업이 주요 대상이며 외국인 투자기업이 입주할 수 있고 스튜디오, 영화아카데미 등 시설 부분에서도 차이가 있다. 대표적인 사업으로는 경영컨설팅 지원, 홍보 마케팅 지원, 인력확보 통합 채용시스템인 DMC 비즈엘리트 채용 지원 등이 있다. 여기에 자금 확보가 어려운 중소기업을 위한 IR 지원업, CEO아카데미, 다양한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 등도 제공한다.
게임인큐베이팅센터는 서울시가 마케팅 및 경영컨설팅 지원들 통해 경쟁력 있는 게임기업을 키우기 위해 지난해 설립한 곳이다. 특히 중견 게임사와 창업단계 게임개발 업체를 연계한 인큐베이팅으로 시너지 효과 창출을 주요 목표로 추진 중이다. 서울 소재 창업 7년 이내 중소형 게임기업 및 창업 단계 신규 게임기업이 입주할 수 있으며 임차료 전액으로 매월 관리비만 부담하면 된다. 센터 내에 게임 산업 전문가가 상주해 해외 퍼블리싱 매칭 사업과 해외 마케팅 지원, 경영 컨설팅 및 법률 자문을 해주는 것을 시작으로 직원 직무능력 향상교육 프로그램, 입주사 간 정보 교류, 전문워크숍 등을 통해 입주기업 간 경쟁과 협력을 유도한다.
마포비즈니스센터는 관내 중소기업 육성 및 실업률 해소를 위해 2007년 개관한 시설로 서강대학교 산학협력단에서 위탁 운영하고 있다. 기본적인 사무실 공간, 공용 휴게실 등 근린시설 등을 제공하고 있으며 기술 및 경영 컨설팅, 전시회 공동 참가 및 브로셔 제작 등 마케팅 지원도 병행한다.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보육센터답게 관내 구직자들을 입주기업과 매칭하는 인력지원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입주기업들이 초기 입주시절 대비 매출이 최고 5000%까지 증가하는가 하면 고용인원도 1~5명에서 10명 내외도 늘어나는 등 비약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광교테크노밸리=광교테크노밸리는 경기도가 첨단기술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수원시 외곽에 건설한 과학연구단지다. 이곳에는 경기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 △경기과학기술진흥원 △경기바이오센터 △나노소자특화팹센터 △차세대융합기술원 등 많은 과학기술 기관과 300여개의 기업이 입주해 있다. IT, NT, BT를 중심으로 조성된 산업집적지로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 등 글로벌 대기업들이 위치해 있어 첨단산업단지로 지리적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또 인근에 성균관대, 아주대, 경희대 등 연구개발 및 인력양성 인프라도 잘 갖춰져있다는 게 특징이다.
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는 경기도 내 중소기업의 발전과 함께 수출, 무역, 해외마케팅 활동을 지원하는 시설이다. 특히 자금, 인력, 세무, 특허 등 모든 분야에 걸친 원스톱 기업 지원을 추구하고 있다. 창업 7년 이내의 벤처기업이 입주할 수 있으며 각종 사무실 시설에서부터, 공용회의실, 휴면실, 휴게실 및 각종 공용기기 등을 이용할 수 있다. 창업스쿨, 통상촉진단 파견, 바이어초청, 신제품 및 디자인 개발 지원, 산-학 취업 연계 등 창업부터 기술사업화→마케팅→인력→애로사항 해소에 이르는 지원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경기바이오센터는 바이오산업을 경기도 주요 핵심사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설치된 곳으로 제약관련 첨단실험시설과 분석시험장비 등을 갖추고 있다. 여기에 선진국의 관련 산업 및 연구기관들과의 네트워크를 통해 정보를 빠르게 제공하고 신약 유효물질 검색에 필요한 다양한 화합물들을 공급한다. 지원시설로는 대회의실, 기술정보실, 체력관리실 등 일반적인 시설에서부터 첨단분석실, 세포배양실, 합성반응실 등 전문 연구시설들을 보유하고 있다. 아주대, 경희대 등 지역 내 대학, 연구소와 협동연구를 통해 개술개발을 지원하는 점도 특징이다.
이와 함께 광교테크노밸리는 2012년까지 4만757㎡ 규모의 대규모 벤처집적시설을 건립할 계획이다. 이 시설은 최첨단 산업을 기반으로 한 국내 스타트업 기업들의 제2 경기R&DB센터로 활용될 예정이다.
<표> 서울·수도권 주요 산업집적지별 기업지원시설 현황
<용어설명>
혁신형 기술과 아이디어를 보유한 초기 창업기업을 말한다. 갓 창업한 곳부터 본격적인 시장 개척을 위해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죽음의 계곡(Death Valley)’ 단계에 위치한 기업을 모두 아우르는 개념이다. 코스닥 상장과 인수 및 합병(M&A) 등을 통해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기 이전 단계라는 점에서 벤처와 차이가 난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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