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전자신문 공동 주최 특별 좌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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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전 세계적으로도 매우 강력한 인터넷 통신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IT제조업 역시 세계적인 수준이다. 하지만 컴퓨팅과 SW 관련 산업 및 기술력은 매우 취약하다. SW 패키지와 IT 서비스를 합한 글로벌 SW 시장에서 한국의 비중은 1% 미만이고, 컴퓨팅과 SW에 종사하는 인력은 국내 총 직업인의 2% 수준에 불과하다. 이는 선진국의 평균 수준인 4%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에 전자신문사는 KAIST와 공동으로 지난 5일 컴퓨터 사이언스 및 로봇공학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미국 카네기멜론대학교의 라즈 래디 교수 등 외국 석학들의 한국 방문을 계기로 ‘대한민국 SW산업 어떻게 육성해야 하나’를 주제로 긴급 좌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좌담회에서 외국 석학들은 한결같이 한국의 초고속 인터넷 인프라에 대해 후한 점수를 줬지만 세계적인 HW기업인 삼성 등 한국의 대기업들이 아직까지도 HW 중심에 치우쳐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강도높게 냈다.

◆참석자(가나다순)

△김명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창의연구본부장

△라즈래디(Raj Reddy)미국 카네기멜론대학교 컴퓨터과학과 교수

△박준성 KAIST 산업시스템공학과 교수

△아빈드(Arvind) 미국 메사추세츠 공대 컴퓨터과학 및 공학과 교수

△요셉 스벤텍(Joseph Sventk) 영국 글래스고대학교 컴퓨터과학대학장

△지석구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산업진흥본부장

※사회:김진형(KAIST 전산학과 교수)

◇김진형 KAIST 전산학과 교수(사회)=컴퓨터는 우리 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국가의 안보와 경제발전, 그리고 우리의 안락하고 문화적인 삶의 영위를 위해 컴퓨터-SW 기술을 잘 사용해야 한다. 최근 스마트폰의 도입을 계기로 한국도 SW 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정부의 정책이나 주요 기업들에게서 가시적인 변화가 일어나지는 않고 있다. 한국 정부는 SW가 중요하다는 원론에 동의하고, 연구비를 지급할 의지가 있으니 좋은 사업들을 구상해 제안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여전히 구체적인 사업들은 아직도 많은 논란을 겪고 있다. 오늘 이 자리에서는 외국 석학들의 한국 방문을 계기로 우리나라의 SW 산업을 위한 경험과 지혜를 나누도록 하겠다.

◇지석구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산업진흥본부장=우리나라 SW 기업들은 세계 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자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 규모가 작고 역량에 한계가 있다. 어떻게 하면 우리나라 중소 SW 기업들이 글로벌 스타 기업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의견과 선진국의 사례를 들어보자.

◇라즈래디(Raj Reddy)미국 카네기멜론대학교 컴퓨터과학과 교수=대부분의 기업들이 그렇지만, 특히 SW 기업들의 경우 큰 회사가 글로벌 스타가 된 경우가 없다. 마이크로소프트가 그랬고, 구글도 모두 백지에서 시작했다. SW는 큰 회사의 영역이 아닌 것 같다. 큰 회사는 SW 분야에서 혁신의 리더가 되지 못한다. 인도 최대의 SW회사인 TCS는 미국의 EDS가 GM에 합병된 후 크게 성장한 것처럼 모기업인 타타그룹내 모든 SW 개발 및 IT 서비스를 독점함으로써 안정적인 성장을 이뤘다. 하지만, 기술개발 과정에서 시행착오도 많이 거쳤다. 한국의 경우 삼성과 LG 등이 하드웨어를 잘 하고 있기 때문에 SW 분야로 영역을 확장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 정부는 SW 기술이 차기 100년을 위해 중요하다고 믿고 장기적으로 비전을 세우고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빈드(Arvind) 미국 메사추세츠공대 컴퓨터과학 및 공학과 교수=컴퓨팅(SW)을 이해하는 사람이 해야 성공할 수 있다. 미국의 경우 칼텔과 하버드 등 일류대학들이 컴퓨터를 계산기로만 인식했고, 컴퓨터 시대가 오지 않을 것으로 확신했었다. 그래서 비교적 작은 대학들이 컴퓨팅을 시작해 유명하게 됐다. 한국의 대표적인 기업인 삼성의 SW 문제도 이런 상황이 아닌가 싶다. 한국은 삼성 등 대기업의 경우 윗 사람들이 컴퓨팅이 무엇인지를 잘 모르는 것 같다. SW에 대한 근본적인 시각이 바뀌지 않았다. 그들의 SW에 대한 시각은 HW를 디자인하는 도구로만 생각한다. 하드웨어가 90%이고 , 나머지 10%가 SW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건 아니다. 50% 이상이 SW다.

◇사회=한국에 지금 필요한 SW 관련 정책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래디=한국만의 강점은 세계 최고 수준의 초고속 인터넷이 어디에나 연결돼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 모든 가정에 10GBit의 인터넷을 연결한다고 먼저 선언하라. 10Gbit 정도의 인터넷 속도를 갖는다면 세상은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방송 송출은 유니캐스팅으로 바뀔 것이고, 기존의 송출 시스템은 더 이상 필요 없을 것이다. 내가 원하는 것은 모두 원하는 장소에서 얻게 될 것이다.

한국이 했으면 하는 국가적 과제로 첫 번째는 내재된 지능(임베디드 인텔리전트)에 관한 연구이다. 선박이나 자동차, 책상 등의 모든 사물에 지능을 내재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러닝 시스템(Learning System)에 관한 연구다. 경험에 의해 성능을 스스로 개선하는 SW, 시스템에 관한 연구다.

◇사회=매우 장기적인 연구 목표를 제안했는데, 우리 정부는 보통 3~5년 후에 사용할 제품을 연구팀에게 요구한다. 단기적인 과제 측면에서 제안해달라.

◇요셉 스벤텍(Joseph Sventk) 영국 글래스고대학교 컴퓨터과학대학장=한국은 최고의 초고속 유선망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다수가 참여하는 온라인 게임산업 등을 잘 육성하고 있다. 이에 더해 한국 정부는 전 국토를 아우르는 최고의 초고속 무선망을 가지면 어떨까 싶다. 이러한 환경은 단지 SW 이슈만이 아니라 새로운 응용과 산업을 가능하게 하는 인프라이기 때문이다.

◇박준성 KAIST 산업시스템공학과 교수=단말에 내장되는 임베디드 SW와 백엔드(Back-End)데이터 센터에 구축되는 정보시스템의 설계 및 분석 역량을 키우기 위한 SW 기술 교육과정이 일부 분리돼야 한다고 보는가.

◇아빈드=앞서 언급한 두가지 SW 교육이 분리될 필요는 없다. SW 교육은 한 사람이 두가지 SW를 모두 설계·개발할 수 있도록 이뤄질 수 있다. 더욱이 오늘날 새롭게 개발되는 SW들은 단말의 임베디드 SW와 데이터 센터 측의 클라우드 SW가 연계·통합돼야 한다. 이 과정에서 SW의 어느 부분을 클라우드에 올려야 하는가가 중요한 의사 결정이다. 이러한 아키텍처 기획을 하려면 양쪽의 기술을 모두 알아야 한다.

◇래디=우리는 오늘 64Gbyte 아이패드를 들고 다니지만, 곧 64Tera Byte가 될 것이다. 이렇게 대용량 메모리를 갖고 다니면 평범한 사람은 클라우드가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클라우드가 필요한 것은 데이터 집중형 슈퍼 컴퓨팅일뿐일 것이다. 대학에서 가르쳐야 하는 것은 분석적 사고와 문제해결 능력이다. 주어진 문제의 복잡도를 이해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얼마나 시간이 걸리고 얼마를 지불해야 하는지, 어떠한 계산 능력이 필요한지에 대한 깊은 이해가 없으면 좋은 해법을 찾을 수 없을 것이다.

◇김명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창의연구본부장=올 초에 아더사가 산업기술출연연구소 13개에 대한 지난 30년간의 성과를 분석한 자료를 내놓았다. 시대별 성과를 분석한 결과 한국은 1980년대 선진국 기술을 모방하는 시기였고, 그 학습을 바탕으로 1990년대에는 한국이 잘할 수 있는 주력산업의 핵심기술을 확보했으며, 2000년대에는 원천기술을 확보하기 시작했다고 요약했다. 한국의 정부는 산업융합원천기술을 개발한다고 하는데 아직 국가 연구개발의 정의가 명확하지 않다. 중장기적으로 출연연의 역할과 연구 성격이 어떤 것이 돼야 하는지 좋은 의견을 달라.

◇래디=국가출연연의 역할에 초점을 맞춘 연구를 해야 한다. 대학이 수행하는 연구와는 구분돼야 하는데 연구팀의 규모나 투자 비용이 크고, 세계 최고나 최초의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미국의 국립연구소인 x와 y에서도 그런 연구를 한다. 결국 새로운 개념을 창출해야 하는 연구를 해야 하는데 최근 스마트폰의 열풍에서 찾아보면 스마트폰을 통해 여러 나라의 언어를 지원하는 동시통역 서비스 기술이 어떨까 싶다. 사회학이나 인간학과 정보기술을 접목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기술 개발도 꼽을 수 있다.

한국에서는 즉석 통역 스마트폰이 나올 수 있다. 전 세계 언어를 통역하는 것은 삼성만이 할 수 있을 것이다.

정리=신선미기자 smsh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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