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신문 보도로 촉발된 ‘한글공정’ 논란으로 그 어느때보다 표준화에 대한 관심이 높다. ‘한글공정’은 표준화되지 않은 휴대폰 한글 자판을 중국이 한국보다 먼저 표준화하려는 시도에서 비롯됐다.
결국 이 논란은 정부가 휴대폰 한글 자판 표준화를 조속히 추진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늦은 감은 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다.
표준화의 사전적 의미는 다양하다. 사물의 정도, 성격 따위를 알기 위한 근거나 기준을 마련하는 것, 자재나 제품의 종류·품질·모양·크기 따위를 일정한 기준에 따라 통일하는 행위, 어떤 검사가 객관적일 수 있도록 근거나 기호를 만드는 일 등이다. 휴대폰 한글 자판 표준화는 이 가운데 제품의 종류·모양·크기 따위를 일정한 기준에 따라 통일하는 것과 비슷하다.
표준화의 중요성이 부각된 것은 20세기 초 미국의 자동차 회사인 포드에 ‘포드시스템’이 도입되면서부터다. 자동차 제품이나 부품 규격을 통일, 호환성을 확보하면서 자동차 대량생산의 길을 열었다. 표준화가 대량생산, 대량구매, 과학적 관리 등 기업경영의 혁신을 가져오면서 유행처럼 번졌다.
표준화는 오늘날 정보기술(IT) 분야에서도 중요한 관심사다. 하루가 다르게 발달하는 기술과 시스템 간 호환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시장이 활성화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한글 공정’ 논란 이후 급류를 타는 휴대폰 자판 표준화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머지않아 휴대폰 시장이 스마트폰으로 대체되면 소비자가 원하는 자판을 애플리케이션으로 내려받을 수 있어 표준화가 무의미하다는 논리다. 한편으로는 일리가 있다.
그렇지만 아직도 피처폰 사용자가 90% 가까이 되는 현실을 간과한 발상이다. 중국에서 휴대폰 자판을 만드는 이유도 200만명에 달하는 조선어 사용자들이 각기 다른 자판 때문에 겪는 불편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표준말도 시간이 지나면 새롭게 제정된다. 인터넷 표준도 기술의 발달로 다섯 번째 표준인 HTML5의 탄생을 앞두고 있다. 시대가 바뀌면 표준도 자연스럽게 바뀐다. 지금 중요한 것은 당장 소비자의 불편을 해소할 규격을 통일하는 일이다.
장지영 컨버전스팀장 jya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