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충환(한국해양연구원 동해특성연구부장/책임연구원)
지난해 말 한국전력이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공사를 수주했다는 반가운 소식이 있었다. 우리나라 원전기술의 경쟁력이 높아지고 원자력발전이 확대되면서 원자로를 식힌 후 바다로 배출되는 ‘원전 온배수’의 활용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인간이 발명한 모든 열기관은 연료가 가지고 있는 에너지를 100% 이용할 수 없다. 원자력발전에도 열효율은 40% 미만으로, 전기로 얻어지는 에너지보다 더 많은 에너지가 냉각설비를 거쳐 온배수로 바다에 배출된다. 이렇게 버려지는 에너지를 재활용하는 법을 찾는 일은 미래의 블루오션을 개척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현재 원자력발전소 1기에서는 주위 바닷물보다 수온이 약 7℃ 높은 온배수가 초당 수십톤가량 바다로 배출되고 있다. 이처럼 막대한 양의 온배수는 오염된 폐수가 아니라 따뜻하게 데워진 온수(溫水)다. 여기에 풍부한 열에너지가 있다. 이처럼 바다로 흘러들어가는 온배수를 이용해 지구온난화, 화석에너지 고갈 등 인류가 당면한 현안문제를 해결하는 묘책을 얻을 수 있다.
우선 온배수는 해양식량자원 생산과 지역 산업기반 확충에 기여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넙칟전복 등 우리들이 즐겨먹는 바다 생물들은 수온이 20℃ 정도로 적당히 높은 경우 더 건강하고 빠르게 성장한다. 수온이 낮은 11월부터 6월까지 사육 수온을 높이기 위하여 막대한 연료비를 감당해야 하는 현실을 감안할 때, 온배수는 계절과 상관없이 연중 바다 먹을거리를 생산하는 식량공장의 연료가 된다. 또 온배수가 흘러들어가는 원자력발전소 인근 해역에는 돌돔·산호 등 아열대성 생물이 서식하고 있으므로, 이곳에 수중관망탑·해저열차·해저호텔 등을 설치한다면 미래형 해양 관광·레저 공간으로 가꿀 수 있다.
온배수를 활용해 새로운 청정에너지를 생산할 수도 있다. 그 중 하나가 해양바이오에너지다. 연구 결과에 의하면 식물성 플랑크톤을 이용해 바이오에너지를 생산할 경우 단위면적당 생산량이 육상식물을 이용할 때보다 100배 이상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해양바이오에너지의 원료가 되는 식물성 플랑크톤을 온배수로 배양하면 배양 기간이 매우 짧고, 공간의 입체적 활용으로 재배면적에 구애됨 없이 생산이 가능하다. 더욱이 온배수를 이용할 경우, 연중 다모작이 가능하다. 그뿐만 아니라, 온배수는 수온이 매우 낮은 해양심층수와 함께 온도차 발전의 원료로 활용이 가능하다. 바다로 버려지는 온배수를 이용하여 생산한 새로운 청정에너지가 우리의 생활에 필요한 에너지원으로 이용되는 날이 머지않은 것이다.
선진국들은 이미 자원의 효율적·환경 친화적 이용에 국력을 집중하고 있다. ‘녹색산업’ ‘녹색기술’이 새로운 성장엔진으로 자리 잡아 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녹색성장’이 국가의 미래를 좌우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고 있는 이때에, 바다로 버려지는 원전 온배수를 이용해 새로운 ‘녹색산업’과 ‘녹색기술’을 창출할 수 있으니, 그야말로 금상첨화가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