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관리 30년]<4>1980년대 국가에너지계획

박봉환 동력자원부 장관(왼쪽 첫 번째)이 `1980 에너지절약형 기자재 전시회` 개막식에 참석해 전시품을 살펴보고 있다.
박봉환 동력자원부 장관(왼쪽 첫 번째)이 `1980 에너지절약형 기자재 전시회` 개막식에 참석해 전시품을 살펴보고 있다.

“에너지절약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열에너지 관리를 위한 체계적인 계획이 필요하다는 요구에서 ‘국가에너지계획’이 확 바뀌었습니다. 가령 산업 발전을 위해 에너지 공급이 추가로 필요하다면 이를 충당하기 위해 석유 수입을 늘리고 발전 설비를 증설하는 데 투자하는 것보다 절약을 하는 것이 더욱 이익이라는 계산이 나온 것이죠.”

심수섭 에너지관리기술 사장(에너지관리공단 창립 당시 정책팀장)은 국가에너지계획이 현재와 같이 공급과 수요를 적절히 관리하는 체계로 세워지게 된 것은 에너지절약에 기인했다고 밝혔다.

1970년대 두 차례에 걸친 석유파동에 곤욕을 치른 각국은 장기 에너지 수급 정책을 추진했다.

무엇보다 1970년대 석유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자 세계적으로 석유개발 붐이 일어났고, 그 결과로 멕시코, 북해유전 등 중동 이외 지역에서 대규모 유전들이 개발됐다.

이 유전들은 세계 석유시장에 원유를 공급하게 되었고 공급량은 점차 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공급 물량이 경기 침체로 증가세가 완만한 석유 수요를 초과하게 됐으며, 공급 과잉 현상이 심화돼 가격도 떨어졌다.

국제 원유 가격이 하락하자 동력자원부는 국내 유가를 인하하는 한편 하락한 금액 가운데 일부를 석유사업기금으로 징수해 석유 비축, 에너지산업 개편, 에너지절약 시설 투자 등에 지원하고, 국제 원유가 인상 시 국내 유가를 안정시킬 자금으로 관리했다.

국제 유가가 인하돼 에너지 수급에 여유가 생김에 따라 1970년대 석유파동에 따른 쓰라린 경험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에너지정책을 일시·단편적인 정책으로부터 장기·종합적인 것으로 전환했다.

심수섭 사장은 “1980년대의 에너지 정책이 과거와 크게 다른 점은 에너지원 간의 균형을 유지하는 구조로 에너지원별 수급을 조정하고, 에너지 공급 측면뿐만 아니라 수요 측면도 함께 관리하는 종합적인 수급관리 정책으로 전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1970년대의 에너지 수급구조는 석유가 주 에너지원으로 그 비중이 60%에 이르렀으나, 1980년대에는 수급구조가 크게 바뀌어 석유, 석탄, 원자력을 근간으로 하고 가스, 수력 등이 보조 기능을 담당해 에너지원 간의 균형이 이뤄졌다.

정부는 에너지이용합리화법을 제정, 1980년 에너지관리공단을 설립해 에너지절약과 이용효율 제고에 큰 비중을 두고 에너지 정책을 추진했다. 특히 에너지 정책을 공급 중심에서 수요관리를 함께 하도록 전환해 에너지에 대한 국민의 경제적 부담을 최소화했다.

필요한 에너지의 도입 국가와 방법을 다양화하고, 석유, 액화석유가스(LPG), 석탄 등 주요 에너지를 비축해 에너지 공급 기반을 안정화했다.

아울러 1980년대 들어 활성화한 해외자원 개발투자를 통해 유연탄을 개발·수입함으로써 자급률을 높여 해외자원을 국내자원화하는 성과를 거두게 됐다.

이와 같이 종합 에너지 정책이 계획대로 진행돼 1987년 석유 의존도는 44%까지 떨어지게 됐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