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는) 현대자동차가 있고, LG 모바일폰이 있고, (미국인들은) 삼성 TV를 많이 보고 있습니다. 과연 한국이, 한국 소비자들이, 한국 재벌들이 공평한 경제 환경을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시는지요. 미국의 재정적자에 어떻게 대처하실 것입니까.”
한미 정상회담의 결과를 놓고 이명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11일 오후 청와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미국 월스트리트저널 소속 기자가 이 같은 질문을 던졌다. 당초 이 대통령에게 질의를 하기로 돼 있던 이 기자의 예상치 못한 질문에 오바마 대통령이 먼저 답변을 가로챘다.
오바마 대통령은 “(기자가 언급한) 재정적자위원회의 최종 보고서를 아직 보지 못했다”고 전제하고 “미국의 부채와 적자를 줄이기 위한 가장 성공적인 것은 경제를 성장시키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이어 “경제성장률을 1% 높인다면 부시 전 대통령이 취했던 세제 혜택을 완전히 없애는 것과 똑같은 효과”라면서 “(한미 간) FTA 체결은 상호호혜적인 상거래, 무역을 증진시켜 윈윈전략이 될 수 있다고 본다”고 답했다.
이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이 답변을 마치자마자 “질문하시는 이유를 알겠지만 미국 국민도 좀 알아야 할 게 있다”며 질문의 오류를 반박하고 나섰다.
이 대통령은 “과거 많은 개도국이 미국에 저가 상품을 수출해 경제를 발전시키는 데 도움을 받았지만 그런데 오늘날 한국이 미국에 수출하는 삼성·LG·현대 제품은 그 안의 핵심적인 부품은 미국산”이라면서 “거기에다 로열티도 물기 때문에 100% 한국 제품이라고 할 수 없고 서비스 비용 등을 보태면 거의 균등하다. 양국 간 무역 역조도 1년에 80억달러 정도인데 이것도 줄어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양국 정상은 이날 “한미 FTA 체결은 추가 협의가 더 필요하다는 인식을 같이하고 빠른 시일 내 타결하기 위해 공동 노력하겠다”며 회담의 결과를 공동 발표했다. 이날 두 정상은 오찬 시간을 당초 예상시간보다 40여분이나 뒤로 미루면서 팽팽한 협상을 벌였다.
양국 정상은 우리가 반대하고 있는 30개월 미만의 미국산 쇠고기 도입 문제, 미국이 요구하고 있는 미국산 자동차 환경규제 완화 등 실무협상에서 핫이슈가 된 뜨거운 감자들에 대해서는 구체적 언급을 하지 않았다.
한국전쟁 참전 60주년, 형제의 나라이자 ‘브러더(brother)’라며 서로 얼싸안았던 두 정상은 FTA와 환율이라는 각국의 첨예한 현안에 뜨거운 포옹 없이 싸늘하게 기자회견을 마무리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