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원전 수주 일단불발…왜?

터키 시노프 지역에 원자력발전소를 짓는 프로젝트가 막바지 고비를 맞았다.

당초 양국은 13일 이명박 대통령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의 정상회담에서 정부 간 협약(IGA)을 체결하기로 했지만 결국 계속 협의한다는 식으로 체결을 미뤘다.

이 협약서가 체결돼야 터키 의회 승인을 거쳐 수의계약 근거가 마련되고 재원 조달 등 사업 추진이 원활하게 진행된다.

협약 체결이 미뤄지면서 향후 협약 체결 시기나 목표 시한, 전망 등도 불투명해졌다. 지식경제부는 협약 체결이 잠시 연기된 것일 뿐 아예 터키와 원전 계약이 무산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다.

◆정부 간 협약(IGA) 왜 미뤄졌나=터키에서 실무협상을 진행해 온 문재도 지경부 자원개발원자력정책관은 "터키 측이 우리 제안을 추가 검토하고 나서 논의할 것을 희망하고 있다"며 "가능한 한 이른 시일 안에 협상을 재개해 쟁점 등에 대한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쟁점은 크게 세 가지다. 전력판매단가와 전력구매계약(PPA)에 대한 터키 정부의 보증, 핵 사고 시 책임 소재 등이다.

이 가운데 전력판매단가는 PPA(Power Purchase Agreement)에 대해 터키 정부가 보증하는 것과도 연결된다.

터키는 지나치게 낮은 전력 단가를 고집하고 우리는 전력 단가가 낮을 경우 수익이 담보가 안 돼 추후 국회 동의 과정이나 재원 조달에도 큰 지장이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터키 사업은 일괄 하도급 방식인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프로젝트와 달리 한전 등 사업 시행 주체가 건설 등 사업비를 책임지고 장기간의 전력 판매를 통해 투입한 비용을 상쇄하면서 수익을 얻는 방식이다. 그러다 보니 전력 단가를 터키 정부가 수익이 날 정도는 보장해줘야 재원 조달도 수월해진다. 자칫 낮은 가격으로 합의하면 `헐값 계약` 등 불필요한 논란과 함께 재원 조달에도 차질이 염려된다.

최경환 지경부 장관도 지난달 18일 터키 방문 직후 기자들과 만나 "터키 원전은 원전 발주 사상 처음으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면서 "PF가 가능하려면 투자 매력도를 높여야 하고, 우리 쪽에서는 이를 위해 어느 정도 가격을 확보해야 한다고 터키 정부를 설득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심각한 것은 이 쟁점을 타결하기 위해 최 장관과 박영준 2차관이 잇달아 직접 터키를 방문했고 문재도 정책관이 이끄는 실무팀 역시 장기간 현지에 머물면서 `끝장 협상`을 해왔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는 점이다.

◆ 터키의 양다리 전략?=정부 간 협약이 미뤄진 바로 그날 타네르 이을드즈 터키 에너지ㆍ천연자원부 장관은 외신을 통해 "일본 도시바와 원자력발전 건설을 위한 협의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한국을 압박하는 전략을 폈다.

이 같은 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터키는 우리와 협상을 벌이는 과정에서도 외신을 통해 한국과 타결되지 않으면 일본, 유럽 등 다른 국가와 교섭할 것이라고 말을 흘려왔다.

특히 지난달 7일 문재도 정책관을 비롯한 우리 실무팀이 앙카라에서 정부 간 첫 실무협상회의를 벌이는 중에도 터키는 일본 정부 관계자와 도시바 관계자를 만나 터키 원전 수주건을 논의하기도 했다.

또 파이낸싱에 대해서도 터키는 한국이 원전사업의 자금 조달에 50% 이상 참여하길 원했으나 이를 거부하자 일본이나 러시아 등 다른 국가의 제안에 관심을 가지면서 협상 타결을 계속 미뤄오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그러나 정부는 터키가 다른 국가와 원전 협상을 진행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양국 정상이 원론적인 차원이기는 하지만 원자력발전 분야에서의 실질적인 협력 강화 원칙을 밝힌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는 것이다.

[매일경제 전병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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