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경영 특강]박현순 SK텔레콤 이사](https://img.etnews.com/photonews/1011/057417_20101115181422_143_0001.jpg)
얼마 전 배추 값이 폭등했을 때, 지리산 인근에 살던 한 농촌 청년은 의문을 가졌다. 산지 가격은 이렇게 싼데 왜 소비지에선 저렇게 비쌀까. 그는 트위터에 필요한 사람에게 저렴하게 팔겠다는 글을 올렸다. 순식간에 다 팔리고, 강원도에 사는 농부도 고랭지 배추를 이와 같은 방법으로 싸게 팔았다. 작은 시도였지만 산지와 소비지 사이의 4~5단계 유통망이 간단히 무력화됐다.
“ICT로 촉발된 작은 흐름 하나가 산업 전체를 바꿀 수 있습니다.”
박현순 SK텔레콤 이사는 최근 한국생산성본부 CEO포럼에서 ‘중소기업 모바일 정보화와 e비즈니스 경영전략’이라는 주제의 강연을 갖고 배추 값 폭등 당시의 한 사례를 들며 이같이 말했다.
박 이사는 중소기업이 주목해야 할 최근 ICT 키워드로 가트너의 발표를 인용해 SNS, 클라우드, 컨버전스 등을 꼽았다. 그는 SNS에 대해선 “기업 내부 업무 프로세스에서의 소통과 효율성 제고를 위한 것과 함께 더 나아가 빠르게 SNS 이용도를 높이고 있는 일반 고객과의 관계 설정을 생각할 때”라고 강조했다.
박 이사는 “SNS의 핵심 디바이스인 스마트폰은 기존 피처폰과는 달리 핵심 경제인구인 30대의 사용률이 가장 높다”며 “자유, 협업, 맞춤화, 도덕성, 속도 등 디지털 네이티브들이 추구하는 키워드를 고객을 정의할 때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 이사는 델과 포스코 등의 사례를 들었다. 델은 고객 불만처리부터 시작해 홍보, 판매, 상담까지 모든 프로세스에 SNS를 적용하고 있다. 또 포스코는 2만명 전 직원이 스마트폰을 이용한 업무를 시작하면서 내부 소통문화가 수직에서 수평으로 바뀌었다. 그는 이를 두고 “140자로 기업의 가치를 높인 것”이라 설명했다.
박 이사는 중소기업의 SNS 활용의 중요성과 함께 새로운 e비즈니스 전략도 제시했다. 주력 상품을 팔면서 매출을 올리는 예전의 방식에서 벗어나, 주력 상품을 통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것이다. 이를테면 소프트웨어 기업이 SW를 공짜로 뿌리고 광고로 돈을 번다거나, ICT를 통해 고객의 참여를 유도, 수익을 공유하며 회사의 인지도를 높이는 방법 등이다.
“홍익세상이라는 SW 개발회사는 주력인 모바일앱 SW는 공짜로 뿌리는 대신 높아진 사용빈도를 이용해 광고로 매출을 올립니다. 또 미국의 한 햄버거 회사는 ‘햄버거 2.0’이란 개념을 도입, 고객이 매장에 비치된 아이패드를 이용해 직접 햄버거를 조합하게 하고 판매 수익을 나눕니다.” 전자는 환경변화에 따라 주력상품을 이용해 다른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낸 경우고, 후자는 큰돈 들이지 않고 고객과의 탄탄한 관계를 구축한 경우다.
하지만 박 이사에 따르면 아직 국내에선 소비자만큼 기업에 이러한 환경변화에 재빨리 대처하고 있진 못하다. 그는 “이러한 ICT 트렌드는 그 자체가 기업 경영활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정도로 가까이 와있지만 비즈니스에 접목되는 속도는 좀 느린 편”이라며 “구글이 한국과 미국의 정보화 격차를 8년으로 잡는 이유기도 한데, 앞으론 빨라질 것이다. 얼마나 빨리 따라잡을지의 문제”라고 말했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