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서울 명동, 평일 오후지만 거리는 사람들로 붐볐다. 그 중에서도 우리은행에서 명동 밀리오레로 이어지는 길은 노점과 인파로 가득찼다. 길 한켠에 위치한 ‘프리스비(Frisbee)’ 명동점에 들어갔다. 애플 IT 기기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매장답게 아이팟과 아이폰·맥북 등이 1층 한가운데 전시돼 있다. 좌측 선반에는 젠하이저·보스 등 외국 브랜드 헤드폰이 진열돼 있다. 몇 명의 젊은이들이 MP3플레이어를 손에 들고 헤드폰을 바꿔가며 음질을 따져본다.
매장 가장 안쪽에는 각양각색의 스마트폰 보호 케이스가 사람들의 손길을 기다린다. 가격대는 1만원대 후반부터 10만원까지 다양하다. 가장 많은 사람들로 붐비는 곳도 바로 케이스 진열대다. 앞에 선 20여명은 두 눈으로 진열대를 좌우, 상하로 훑느라 분주하다. 일부는 자신의 스마트폰을 주머니에서 꺼내어 케이스에 한 번 대보고는 다른 케이스를 또 가져다 비교해본다. 프리스비 관계자는 “1주일에 약 2만명이 이곳 명동점을 찾는다”며 “아이폰 출시 후, 관련 액세서리 매출은 두 배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액세서리가 IT 기기와 더불어 멀티미디어 기기 체험 매장의 주력 제품이 된 것이다.
◇아이폰 뜨니, 액세서리도 뜬다=지난해 말 애플의 아이폰이 국내에 정식으로 선보인 뒤, 스마트폰 액세서리 시장이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1곳의 매장을 보유한 ‘에이샵’은 스마트폰 액세서리 매출액이 지난해에 비해 약 30% 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전국에 4곳의 체험 매장을 보유한 ‘라츠’는 보호 케이스와 필름만 하루 평균 200여개가 팔려나간다고 밝혔다.
아이폰을 사용하는 대학생 최병주(23)씨는 “현재 갖고 있는 보호 케이스만 3종”이라며 “체험 매장을 지날 때면 꼭 사지 않더라도 괜찮은 제품이 나왔는지 둘러보게 된다”고 말했다.
벨킨이 미국 내 스마트폰 구매자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아이폰 소유자들은 관련 액세서리를 평균 5~6개 구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평균 구입 가격은 약 13만원 선이다. 미국의 사례에서 보듯, 스마트폰 보급이 새로운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KT경제경영연구소는 올해 국내 스마트폰 액세서리 시장 규모가 2445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액세서리 판매 업체들, ‘기선 잡자’=액세서리를 공급하는 업체들의 경쟁도 치열하다. 기선을 잡기 위해서다. 현재 국내에 케이스를 공급하는 업체만 100곳이 넘는다. 벨킨·수마진 등 비교적 많이 알려진 브랜드 외에도 다양한 군소업체가 경쟁적으로 국내에 액세서리를 들여오고 있다. 이들은 매장 내에 좋은 ‘목’을 잡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기도 한다. 한 업체 관계자는 “대형마트에서 눈높이가 맞는 위치에 제품을 진열하기 위해 경쟁하듯, 액세서리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제품을 들여놓을 권한은 매장 측이 쥐고 있다보니 독점 계약도 심심찮게 일어난다. 인기가 있을만한 제품을 자신들의 매장에만 공급하도록 하는 것이다. 한 액세서리 수입 업체 관계자는 “한쪽 매장에 일부 제품을 몰아주기로 결정하면 다른 매장 측에서 불만을 표시하기도 한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음향기기 업체들도 덩달아 아이폰 마케팅에 돌입했다. 헤드폰·이어폰 업체들은 아이폰에서 헤드세트 겸용으로 쓸 수 있는 제품을 앞다퉈 출시하고 있다. 국내 업체인 크레신을 비롯해 로지텍·젠하이저·보스 등 외산 브랜드도 아이폰과의 호환성을 내세우며 아이폰 사용자를 공략하고 있다. 필립스 등도 유럽에서 인기를 모은 도킹오디오를 국내에 선보이며 액세서리 시장에 뛰어들었다.
아이폰용 액세서리를 수입·판매하는 유승복 SDF인터내셔널 대표는 “아이패드가 정식 출시되면 관련 액세서리 시장은 두 배 이상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박창규기자 kyu@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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