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원자력 연구진이 독자 개발한 핵연료 피복관 관련 원천기술을 놓고 세계 최대 원자력 기업인 프랑스 아레바(Areva)와 5년 넘게 벌여온 국제 특허소송에서 이겼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16일 정용환 원자력융합기술개발부 박사팀이 개발한 지르코늄 합금 핵연료 피복관인 ‘하나 피복관’과 관련해 아레바가 유럽특허청에 제기한 특허 무효소송에서 특허가 유효하다는 승소 판결이 내려졌다고 밝혔다.
핵연료 피복관은 우라늄 핵연료를 감싸고 방서성 물질이 외부로 나오지 못하도록 막아주는 방호벽 역할을 하면서 동시에 핵분열 시 발생하는 열을 냉각수에 전달하는 기능을 한다. 아레바와 미국 웨스팅하우스가 세계 시장을 독점해 오고 있다.
정 박사팀은 이에 1997년부터 피복관 국산화 연구개발에 착수에 합금 비율 등의 조성과 공정 면에서 차별화된 ‘하나 피복관’ 원천기술을 개발해냈다. 이 피복관으로 제조한 시범 핵연료봉 30개가 지난 2007년 영광 원전 1호기에 장전돼 5년간 1단계 상용로 연소시험을 수행 중이다.
5년 전 무효소송을 제기한 아레바는 지난 2008년 연매출이 약 20조원에 달하는 세계 최대의 종합 원자력 기업으로, 하나 피복관이 조성과 공정 등에 있어 새로운 점이 없고 기존 기술에서 배울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정 박사는 “아레바와 같은 대형 기업이 견제할 정도로 우리 원자력 기술의 우수성이 입증된 셈”이라며 “이번 승소로 연간 500억원에 달하는 핵연료 피복관 수입을 국산으로 대체하고 해외 수출도 안정적으로 시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