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문 교수의 리딩 혁명] <1> 인간, 책 그리고 도서관](https://img.etnews.com/photonews/1011/055340_20101117164638_098_0001.jpg)
이번 주부터 격주로 `인간과 책 그리고 도서관`을 주제로 이종문 교수의 최근 책읽기와 관련한 흐름을 포함한 책의 미래를 짚어 보는 `이종문 교수의 리딩 혁명`을 연재합니다. 경성대 문헌정보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이 교수는 기존 책을 포함해 전자책과 관련한 혜안을 가진 전문가로 이름이 높습니다.
인간은 동물의 일원이지만 고도의 지능과 욕구를 가진 까닭에 다른 동물 세계와 비교해 수준 높은 사회와 문화를 이루며 이를 무대로 삶을 살아간다. 무엇을 얻을지, 무슨 일을 할지를 바라는 인간 욕구가 지적 활동을 이끌어 낸다. 이 결과로 얻은 지식·정보가 수단과 방법으로 작용한 때문이다.
인간 사회가 지식을 얻으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인간 사회는 시작과 더불어 욕구 실현은 물론 고도화된 사회와 문화를 이루는 수단이자 방법인 지식을 얻으려고 애써 왔다. ‘정보의 홍수 시대’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오늘날에는 많은 지식과 정보가 생산된다.
아무리 애써 얻은 지식도 기록되지 않으면 소멸될 수밖에 없다. 인간 사회는 오fot동안 지식을 기록하고 전달하는 방법을 알아내려 노력해 왔다. 돌·나무·파피루스·종이 등 여러 매체가 나왔고 급기야 꿈의 종이라 일컫는 ‘전자 종이’를 생각해냈다. 이어 목판·금속활자·기계 인쇄 기술·전자 기록 등 다량으로 지식과 정보를 기록하는 방법을 알아냈다.
마침내 책이라 불리는 지식과 정보를 담는 그릇을 고안해 애써 얻어낸 지식과 정보를 소멸시키지 않고 기록·전달할 수 있게 됐다. 이뿐만 아니라 도서관이라는 책을 담는 그릇으로 소중한 책이 소실되거나 독과점되지 않고 필요로 하는 사람이 안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인간 사회는 무엇 때문에 책을, 그리고 도서관을 만들려고 노력했을까. 먼저 책을 보면 단순하게 종이를 여러 장 묶어 맨 물건이다. 하지만 책에 어떤 내용을 담고 어떤 작용을 하는지 알면 종이 여러 장이 묶인 물건이라고 쉽게 말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책은 (인간과 주변 사물에 대해) 배우거나 실천을 통해 알게 된 명확한 인식이 지식이라는 이름으로 담겨져 있다. 또 관찰과 측정을 통해 수집한 자료를 실제 문제에 도움이 되도록 정리한 지식이 정보라는 이름으로 담겨 있다. 지식과 정보는 인간의 욕구를 이루는 수단과 방법으로 사회와 문화를 이루고 발전시켰다. 책이 중요하면서 책을 읽고 독서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도서관은 지식과 정보를 수집하고 제공하는 시설이다. 인간이 도서관을 만든 이유는 지적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지식을 적재적소에 활용하기 위해서다. 지적 문화유산 보존과 계승 관점에서 책은 장래 문화 발전을 위해 다음 세대에 계승할 가치가 있다.
따라서 인간 지적 활동 결과가 기록된 책은 영구적으로 계승돼야 한다. 어느 국가든 국가 도서관을 두고 법령에 의한 납본제도에 따라 책을 수집하고 보존한다. 인간 지적 활동의 의해 생산된 책은 필요에 따라 적재적소에 활용돼야 한다. 많은 시간과 비용이 투입된 책이 적재적소에 활용되지 못하면 그 자체가 손실이다. 인간이 욕구를 실현하고 사회 문화를 고도하는데 어려움이 발생한다. 인간 사회가 도서관을 심장에 비유하며 중시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데 오늘날 책과 도서관은 소중함을 인정받고 있는가. 가치만큼 효율적으로 활용되는가. 결론을 말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인간과 책 그리고 도서관’이라는 주제를 통해 독자들이 책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길 희망할 뿐이다.
이종문 경성대학교 문헌정보학과 교수(jmlee@k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