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거래일 만에 코스피 1900선이 무너졌다. 옵션만기일 쇼크로 투자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중국의 긴축 가능성, 금리인상, 대형 M&A 이슈 등이 잇따라 터져 나오면서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16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0.77%(14.68포인트) 내린 1899.13으로 마감했다.
◆ 불안해진 유동성=이날 외국인은 장중 매도를 지속하며 지수를 압박했다. 동시호가에 매수로 돌아서 결국 770억원 순매수로 마감했지만 유동성 흐름이 약화된 것만은 분명했다.
여기에 프로그램 매물과 기관계 매물까지 쏟아지며 1900선을 무너뜨렸다. 시장에서는 이를 선물시장에서의 외국인 이탈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날 선물시장에서 외국인은 6355계약을 순매도하며 나흘째 매도세를 이어갔다. 특히 외국인이 6000계약 넘게 팔아치우기는 이달 들어 처음이다.
선물시장이 약세를 보이면서 베이시스(현ㆍ선물 가격차이)도 -0.19로 백워데이션을 나타냈으며, 프로그램은 차익거래에서 4376억원 매도우위를, 비차익거래에서 157억원 매수우위를 기록하며 총 3319억원 순매도를 나타냈다.
이승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원ㆍ달러 환율이 반등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외국인이 이익실현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틈을 파고 든 것이 우정사업본부였다. 우정사업본부는 선물이 싸지자 현물을 팔고 선물을 사는 스위칭 매도를 시도했다. 이로 인해 현물시장에 대규모 매도 물량을 쏟아낸 것이다. 이날 코스피에서 우정사업본부가 포함된 기타계의 순매도 물량이 2900억원어치로 지난 4월 9일 이후 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 중국 긴축의 그림자=중국의 긴축 가능성도 증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국내 증시뿐 아니라 중국 경제에 젖줄을 대고 있는 아시아 증시가 전반적으로 약세를 기록했다. 특히 중국 증시는 급락 마감했다. 이날 상하이종합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4% 하락한 2894.54를 기록하며 장을 마쳤다. 이날 일본 닛케이 평균주가도 0.31% 하락했고 홍콩 항셍지수도 0.06% 내렸다.
중국은 지난달 기준금리를 인상하며 인플레이션 압력을 완화하려고 했지만 11일 발표한 중국 소비자물가가 정부의 물가상승 억제율 목표를 웃돌아 추가적인 긴축 정책 시행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추가 긴축을 시행하더라도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다. 신병길 솔로몬투자증권 연구원은 "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상은 자칫 중국 경기 둔화를 가속시킬 우려가 있고 중국 정부가 올해 들어 다양한 긴축정책을 통해 경기 과열 우려를 잠재우고, 성공적으로 경기를 연착륙시키고 있기 때문에 금리카드를 다시 꺼낼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이는 역으로 추가 금리 인상을 단행하면 시장에 미칠 충격이 클 수 있다는 얘기다.
중국의 추가 긴축 정책으로 생필품 가격 통제 조치 등이 시행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로 인해 2004년과 2008년의 차이나 쇼크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는 것이다. 특히 2008년에는 11개월 가격통제조치가 시행되면서 기업들의 이익 마진을 압박했었다.
◆ 금리인상 영향은 제한적=`확인된 재료는 재료가 아니다`는 증권가 속설을 이날은 금리가 입증했다. 금리 인상 수혜주로 분류돼 이날 오전까지 강세를 보였던 보험ㆍ금융주가 기준금리 인상이 발표된 뒤에는 오히려 약세로 돌아섰다. 이미 금리인상이 시장에 반영됐기 때문이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한국은행은 금리 인상 타이밍을 놓쳤고, 이번 인상은 이벤트적인 성격이 강하다"며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중립적"이라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금리를 0.25%포인트 올리기는 했지만 여전히 저금리 상황이 유지되고 있다는 점에서 유동성 장세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최성락 SK증권 애널리스트는 "길게 보면 한국도 동아시아 신흥국 통화강세 흐름에 동참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외국인의 원화자산 배팅이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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