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수 한국은행 총재와 국내 대기업 최고경영인(CEO)들이 처음으로 만난 자리는 서로 `한 수 배우겠다`는 몸 낮추기로 시작했다.
17일 서울 소공동 한은 본관에서 김 총재가 주재한 `대기업 CEO와의 간담회`에서 김 총재는 "실물경제를 담당하는 분들의 얘기를 들어야 한다고 생각해 모셨다"며 기자들에게 "오늘은 저보다 여기 계신 분들의 의견을 들어달라"고 당부했다.
그러자 간담회에 참석한 이석채 KT 사장이 "한국은행에 오면 배우러 오는 것"이라며 화답했다.
첫 만남에 서로 `예의`를 차린 김 총재와 CEO들이 본격적인 경제 얘기를 꺼내면서 간담회 분위기는 사뭇 진지해졌다.
김 총재는 "건설이 고생 많으시죠"라며 부진한 건설투자에 관심을 기울였고, 이에 김종인 대림산업 사장은 "힘 좀 든다"며 "(건설투자는) 민간 쪽이 안 좋으니까 시간이 좀 더 걸릴 것 같다"고 걱정했다.
부동산 경기를 두고 "최근 분위기가 전환되고 있지 않느냐"는 김 총재의 질문에 김 사장은 "8.29 대책 이후 10월에는 신규 거래량이 좀 늘었다"면서도 "몇 달 더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경영인으로서 정부에 대한 바람도 제기됐다.
이석채 사장이 지방자치단체의 도시개발계획과 관련해 "지방은 주택의 수요 패턴이 바뀌는데 (계획 변경을) 허용 안 하는 모양"이라며 "이율배반적이다. 관료들이 자기네 형식에 맞춰 하라고 한다"고 지적하자 김종인 사장은 "최근 융통성 있게 검토되고 있다. 행정중심복합도시도 현지 사정 맞춰서 바꿔준다"고 말했다.
한편 박용만 ㈜두산 회장은 "우리 사업이 전 세계에 다 퍼져 있다. 각 지역, 국가별 재정정책의 영향을 상당히 받는다"며 "국내정책은 잘 받쳐준다. 순연됐던 투자를 계획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간 소비는 어떠냐는 김 총재의 질문에 경청호 현대백화점 부회장은 "유통업 성장률이 올해 10%는 된다"며 긍정적으로 답했다.
김 총재가 대기업 CEO를 초청해 연 간담회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간담회에는 이 밖에 효성그룹 이상운 부회장, 호남석유화학 정범식 사장이 참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