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수요관리는 에너지관리공단의 설립 목적 자체입니다.”
30년이 넘는 세월을 에너지관리공단에서 보내고 최근 임기를 마친 윤석윤 부이사장은 수많은 기억이 주마등처럼 스쳐갔지만 공단의 수요관리 업무를 이 한마디에 담았다. 말은 길지는 않아도 30년 세월을 고스란히 담은 듯 내포한 의미는 작지 않다.
윤 부이사장에 따르면 에너지관리공단 설립은 2차 석유파동 이후 원유와 석탄 등 1차 에너지의 수요를 관리해야 한다는 필요성에서 출발했다. 기존 열관리에서 에너지 전반에 걸친 수요관리가 시작된 것이다.
김하연 에너지관리공단 에너지 목표관리제 추진 TF팀 정책위원은 “에너지이용합리화법 시행으로 종전 한국열관리협회에서 수행하던 업무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양적·질적인 면에서 대폭 확대 강화됐다”고 회상한다.
수요관리 대상은 산업부문에서 가정·상업·수송부문까지 포함된 전 분야로 확대되고, 연료 및 열부터 전기까지 포함됐다.
관리 수단도 행정규제 중심에서 행정규제와 기술 및 금융지원, 세제감면 등 복합적인 정책수단이 시행됐다. 1987년 시작된 에너지 다소비 업체 기술지도사업의 경우 종료시점인 1994년까지 241개 업체에 지원되기도 했다.
이와 함께 기존 산업부문 위주의 에너지 관리 조사연구 사업도 1980년대 들어서는 가정·상업뿐만 아니라 수송부문까지 확대했다.
업무분야도 에너지이용합리화자금 관리, 태양에너지 및 대체에너지 개발보급, 집단에너지사업 추진 등 모든 분야에 걸쳐 확대했다. 기존 추진해 오던 사업은 대상을 늘리고 방법은 강화했다.
이 가운데 지역난방사업은 1985년에 에너지관리공단이 목동 신시가지와 남서울 지역에 최초로 도입을 추진한 이래 현재는 한국지역난방공사 등 22개 사업자가 전국 42개 지역, 약 188만 가구에 보급 중이다. 반면에 전담기관이 없던 산업단지 집단에너지사업은 수익성이 낮고 거액의 초기투자와 재원조달 어려움, 기술 문제 등으로 민간기업의 자율적인 보급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에너지관리공단은 1992년 12월 정부로부터 산업단지 집단에너지추진 전담기관으로 지정받아 1997년 대전 3,4 공단 내 열병합발전소를 직접 운영하다가 현재는 민간에 매각한 바 있다.
사용자 부문에서의 수요관리를 위해 에너지소비효율을 표시하는 방법도 1980년 이전부터 시행됐다. 열사용 기기의 경우 1974년 열관리법에 따라 효율 표시를 의무화한 이후 1987년 말에는 보일러·석유난로·가스레인지 등 16개 품목으로 확대했다.
전기용품은 1981년부터 공인시험기관에 월간 소비전력량을 측정 받은 후 이를 해당 제품에 표시했고 1985년부터는 제품 광고 시에도 노출하도록 했다.
에너지관리공단은 우수한 에너지 절약형 기자재 보급을 촉진하기 위해 1975년부터 ‘에너지절약형 기자재 전시회’를 개최했으며 국내 유일의 에너지 종합전시회로 육성 발전시켰다. 이와 때를 같이 해 열린 제1회 전국열관리대회는 오늘 날의 에너지 절약 촉진대회로 자리 잡았다.
유창선기자 yuda@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