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1년 어느 환경단체가 발행하는 잡지에는 제초제에 든 글리포세이트가 암 발병률을 크게 높인다는 주장이 실렸다. 기사 형식을 띤 이 글은 글리포세이트와 암 발병률 사이의 상관관계를 증명하지 못했다. 하지만 사람들의 뇌리에는 상관관계의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제초제가 암을 유발한다는 내용만 남을 뿐이었다.
사실, 화학물질과 질병의 상관관계를 증명하는 건 매우 어렵다. 일반인은 잡지나, 신문에 실린 숫자를 증거로 한 과학적 사실을 접하면 쉽게 믿게 된다. 과학적 사고보다는 감정적 사고에 충실하기 때문이다. 몸에 좋지 않거나 백혈병, 암 등을 발생시킨다고 하면 이내 두려움에 싸여 과학적 사실의 진위를 고민하지 않고 믿어버린다.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 그리고 과학’이라는 자극적인 제목을 달고 나온 이 책은 독자에게 거짓말이 넘쳐나는 과학 뉴스에 현혹되지 말자는 일관된 메시지를 보낸다. 캘리포니아주립대 샌디에이고 캠퍼스에서 과학저술가이자 교육전문가로 일하는 저자는 과학뉴스를 소비하는 일반인도 과학적 분석 툴을 갖고 정보를 대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일상에서 접하는 과학에 관련된 뉴스나 광고들이 왜곡돼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연구결과를 내는 기관과 발표하는 기관, 연구자금을 내는 기관 등 이해당사자들의 손익계산서가 소비자들이 접하는 ‘공정해 보이는’ 뉴스와 각종 논문이라고 주장한다. 논문을 완성하기 위해 실험결과를 조작하는 학자, 인기 있는 기사를 위해 자극적인 제목과 사실을 차용한 기자가 있을 수 있다. 또 연구비를 지원받는 집단에 맞게 실험결과를 내놓는 연구소, 리서치센터도 있다. ‘사실’이라는 탈을 쓰고 나온 것이 ‘진짜’일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저자는 사실을 다루는 단계마다 이해관계에 의해 왜곡될 수 있어 숫자와 통계로 진실함을 가장하는 과학 이슈를 보려면 이를 가려볼 수 있는 눈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셰리 시세일러 지음. 이충호 옮김. 부키 펴냄. 1만4800원.
이성현기자 argos@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