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블로그 ‘보잉보잉’의 편집장이자 소설가인 코리 닥터로는 지난 2003년 자신의 공상과학소설 ‘마법 왕국의 구석(Down and Out in the Magic Kingdom)’에서 ‘우피(Whuffie)’라는 신종 화폐를 등장시킨다. 물질적 부족함이 없는 가상의 시대를 사는 사람들은 모든 생필품을 지금 같은 돈 없이도 구할 수 있다. 누구에게나 즉시 보이는 우피가 화폐를 대신한다. 사람들은 우피를 쌓기 위해 통념적인 경제 활동을 할 필요는 없다. 우피를 채우려면 보다 쓸모 있고 창의적인 일을 해야 한다. 따라서 한 사람이 지닌 우피는 자신의 행동에 따른 결과물, 즉 사회적 명성으로만 채울 수 있다.
얼마 전 높은 시청률을 달리며 인기리에 방영됐던 케이블 방송 ‘슈퍼스타 K2’는 휴대폰 문자메시지와 인터넷 투표로 승자를 가렸다. 인터넷의 검색어 순위와 블로그 포스트, 트위터 등의 입소문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이다. 한마디로 소셜 네트워크의 힘이다. 어쩌면 이 프로그램의 승자들은 가장 많은 우피를 쌓은 이들이다.
이제 소셜 네트워크는 소통 수단을 넘어 비즈니스 통로, 나아가 개인과 공동체의 행복을 추구하는 수단으로 발전하고 있다. 그렇다면 소셜 네트워크 세계에서는 무엇이 정수일까.
책은 관계와 명성, 평판이라고 단언한다. 사람들과의 관계, 명성, 평판에서 나오는 신뢰의 힘, 바로 우피야말로 사회적 자본을 형성하는 키워드라고 강조한다. 많은 돈 없이도 사회적 관계와 명성, 평판을 통해 어마어마한 부를 누릴 수 있으며, 바로 ‘사회적 자본갗가 탄생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린다고 공언한다.
사회적 자본가는 존 D 록펠러나 빌 게이츠와 같은 거물 기업가들처럼 언제나 성공에 목말라 있지만 법정 화폐에 집착하지 않는다. 소셜 네트워크에서 신뢰를 쌓아가며 그들만의 사회적 자본, 즉 우피를 형성한다. 역사를 돌이켜봐도 마찬가지다. 역사를 만들어가고 사람들에게 영향을 준 이들은 위험을 감수하고 혼돈을 기회로 만들었다. 풍부한 우피를 갖고 있었던 것이다. 접착식 메모지를 발명한 스펜서 실버와 아서 프라이 같은 사람들은 과학 비즈니스 커뮤니티에서 많은 우피를 쌓았을 뿐 아니라, 매일 포스트잇을 사용하는 수백만명의 사람들 덕분에 우피를 더 늘려갈 수 있었다. 구글의 창업자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은 검색엔진의 영향력과 여기서 파생시킨 혁신적인 서비스들로 인해 헤아릴 수 없는 우피를 가질 수 있었다. 소셜 네트워크가 점점 보편화될 미래에는 우피가 무궁무진한 가치를 지닐 것이 분명하다.
책은 소셜 네트워크 시대에 사회적 자본가로 성공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다만 우피를 쌓기 위해 자신과 상품, 회사를 알리는 일이 우선이어서는 안 된다고 역설한다. 다른 이들의 말을 먼저 듣고 꾸준히 대화하며 스스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저자는 최근 관심사로 떠오른 각종 소셜 네트워크 도구와 사용법을 구체적으로 소개하며 우피 부자가 될 수 있는 길을 일러준다. 나아가 단순히 자신만의 경제적 부를 축적하는 데서 벗어나 사회 공동체의 행복을 지향해야 한다는 조언도 잊지 않는다. 우피 경제에서는 나와 타인 모두가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바로 ‘비 제로섬 게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타라헌트 지음. 김지영·이경희 옮김. 21세기북스 펴냄. 1만5000원.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