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역사를 만들어온 천재들이 쓴 문장 뒤에 숨은 이치를 깨닫는 순간 두뇌는 지적 쾌감의 정점을 경험하고, 그 맛에 중독된다. 그리고 서서히 변화하기 시작한다. 뻔한 꿈밖에 꿀 줄 모르고 평범한 생각밖에 할 줄 모르던 두뇌가 인문고전 저자들처럼 혁명적으로 꿈꾸고 천재적으로 사고하는 두뇌로 바뀌기 시작한다.”
‘리딩으로 리드하라’의 저자는 인문고전 읽기의 중요성을 이와 같이 표현한다. 인문고전은 철학, 역사, 과학, 예술 등의 분야를 아울러 짧게는 100~200년, 길게는 2000년 이상 전해오며 널리 읽히는 책을 말한다. 책은 인문고전을 읽는 것을 ‘천재의 두뇌에 직접 접속하는 행위’이자 ‘인류의 스승들과 지속적으로 만나 깊은 정신적 대화를 나누는 것과 같다’고 극찬한다.
인문학에 대한 오해는 인문학을 ‘돈’이나 ‘실용’과 대척점에 두는 시선이다. 하지만 자본주의 시스템을 만든 사람들, 그리고 그것을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해 막대한 부를 일군 경영자와 투자자들은 인문고전 독서광이었다.
영국 런던 빈민가에서 접시닦이, 웨이터, 페인트공 등을 전전하던 조지 소로스는 ‘세계 금융의 큰손’으로 우뚝 섰다. 실패의 나날을 보내던 와중에도 온 힘을 다해 철학 고전을 읽었던 조지 소로스는 자신의 투자 성공 비결을 ‘철학하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아이폰’ 신드롬을 낳은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유명한 소크라테스 신봉자다. 그는 “만약 소크라테스와 점심을 할 수 있다면 우리 회사가 가진 모든 기술을 그와 바꾸겠다”고 말할 정도다. 삼성그룹의 창업자 이병철은 ‘논어’에서 기업 경영의 모든 것을 배웠다고 밝힌 바 있다.
400여년 전에 태어난 윌리엄 셰익스피어가 쓴 고전 중의 고전 ‘로미오와 줄리엣’의 줄거리는 지금도 끊임없이 TV 연속극에서 반복된다. 극복할 수 없는 가문 간의 갈등 때문에 이룰 수 없는 사랑에 괴로워하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모습에서 신분 차이 때문에 사랑을 이루지 못해 절규하는 요즘 TV 연속극의 주인공들이 스쳐 지나간다. 사랑의 좌절과 고통의 경험은 수천년 전이나 지금이나 우리가 벗어날 수 없는 조건이다. 단적인 예지만 이런 인간 행동의 유사성과 경험이 고전의 가치가 영원한 이유 가운데 하나다.
이지성 지음. 문학동네 펴냄. 1만5000원.
황지혜기자 goti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