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드 컴퓨팅의 파괴력은 IT서비스 업계에도 전면적인 판도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다만 이 변화가 IT서비스업계에 ‘퀀텀 점프’의 기회가 될지 아니면 새로운 환경에 대응하지 못하고 뒤처지는 위기가 될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IT서비스 업계는 클라우드 컴퓨팅을 위기가 아닌 기회로 활용하기 위해 사업 준비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제2의 도약을 안겨줄 ‘기회’=클라우드 컴퓨팅은 기존 기업 IT인프라의 대대적인 개편과 혁신을 가져온다. 이는 곧 기업 IT인프라 구축·운영 시장에 천문학적인 규모의 새로운 수요가 창출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데스크톱에서 서버, 스토리지, 데이터센터에 이르는 하드웨어·인프라 교체 수요는 물론이고 소프트웨어(SW) 측면에서도 다양한 사업 기회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된다.
IT서비스 업계는 일찍이 이러한 기회를 간파하고 클라우드 컴퓨팅 사업 준비에 나섰다. 이미 지난해부터 글로벌 IT업체와의 제휴, 자체 서비스 운영계획 마련 등을 통해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들 업체는 1차적으로 기업의 클라우드 컴퓨팅 환경 구축을 지원하는 도우미 역할에 초점을 맞췄다.
삼성SDS는 2007년부터 서버·스토리지 등의 IT자원을 서비스 형태로 제공하는 ‘유즈플렉스(USEFLEX)’를 그룹 관계사에게 제공하고 있다. 최근에는 고가의 개발장비나 테스트SW를 임대하는 ‘웹클라우드서비스’와 고성능 컴퓨터를 필요로 하는 연구원을 대상으로 연구개발(R&D)용 SW를 지원하는 ‘R&D클라우드’도 선보였다.
회사는 지난해 미국 대용량 분산 데이터 처리 솔루션업체 클라우데라와 손잡은 데 이어 올 들어서도 마이크로스트래티지, 테라데이터, 인포매티카 등과 서비스로서SW(SaaS) 사업을 위한 제휴를 체결했다.
LG CNS는 서비스로서인프라(IaaS), 서비스로서플랫폼(PaaS), SaaS 등 클라우드 서비스의 3개 영역 모두를 지원하는 것으로 목표로 사업을 준비 중이다. 프라이빗 클라우드 환경을 구현하는 컨설팅·구축·운영서비스와 자체적으로 클라우드 인프라를 마련해 그룹 관계사와 중소기업에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을 병행 추진하고 있다.
SaaS 부문에서는 이미 실질적인 서비스를 내놓았다. 지난 5월부터 주요 홈쇼핑·온라인쇼핑몰 납품업체를 대상으로 유통B2B SW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회사는 이를 물류, 의류, 제조 등 다양한 산업 분야로 확대할 계획이다.
LG CNS는 지난 4월에는 상암IT센터 내에 ‘모바일클라우드센터’를 별도로 마련해 모바일 융합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 기반을 갖췄다.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와 클라우드 컴퓨팅을 비롯해 IT컨버전스, 엔터프라이즈IT 3개 서비스 영역에서 글로벌 파트너십도 맺었다.
SK C&C는 그린IT사업의 일환으로 클라우드 컴퓨팅 사업을 추진 중이다. 회사는 공개 SW를 기반으로 클라우드 컴퓨팅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를 통해 기업 고객의 SW전환비용이나 총소유비용(TCO)을 줄이고 효율적인 과금체계를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지난해 말 공개SW업체 레드햇과 클라우드 사업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교환한 것도 이러한 목적에서다.
SK C&C는 공개SW 기반 가상화, 분산컴퓨팅 기술 환경의 클라우드 인프라 환경을 구축했다. 회사는 서버 및 스토리지 가상화 기술을 활용한 클라우드 컴퓨팅 시범사업을 계속 발굴하는 한편 클라우드 서비스 플랫폼과 모바일 클라우드 컴퓨팅 인프라 개발을 병행할 방침이다.
중견 IT서비스업체도 클라우드 사업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현대정보기술은 그룹웨어, 모바일 솔루션을 연계한 IaaS, SaaS 형태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황선종 현대정보기술 상무는 “데이터센터 인프라를 기반으로 다양한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며 “사용자가 다이내믹하게 서비스를 요청할 수 있는 클라우드 포털도 마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동부CNI도 동부건설 등 관계사에 클라우드 방식으로 IT서비스를 제공하며 관련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변방으로 밀려날 수 있는 ‘위기’=클라우드 컴퓨팅이 IT시장에서 새로운 게임의 법칙을 만들어가고 있기 때문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면 IT서비스 업계에 큰 위기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적지않다.
클라우드 서비스의 한 축을 차지하는 네트워크를 가진 통신서비스업체와의 경쟁이 바로 그것이다. 포화된 통신시장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위해 기업용 서비스 사업을 강화하고 있는 통신서비스업계는 클라우드 컴퓨팅을 차세대 주력 사업 가운데 하나로 꼽고 있다.
이미 KT·SK텔레콤·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가 앞다퉈 중소기업용 클라우드 서비스를 발표하며 시장 선점에 나선 상황이다.
반면 IT서비스업계는 기존 시스템구축(SI) 사업 연장선상에서의 클라우드 환경 구축 사업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IT서비스업체 모두 클라우드 구축업체가 아닌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로서의 비즈니스 모델을 준비하고 있지만 어느 누구도 선뜻 첫발을 내딛지 못하고 있다. 현재 이들 업체가 그룹 관계사에 제공하는 클라우드 서비스라는 것도 기존의 ‘온디멘드’ 형태의 IT서비스를 클라우드로 리브랜딩한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삼성SDS는 유즈플렉스 서비스를 아직 그룹 관계사에 한해 제공 중이다. LG CNS도 IaaS 형태의 기업용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 준비를 마쳤지만 아직 공식서비스 일정은 발표하지 않고 있다.
IT서비스업체 A사 관계자는 “업계 모두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에 관심을 갖고 있고 대부분 서비스 준비는 마친 상태”라며 “시장 성숙도 측면에서 실제 수요 여부가 불확실해 본격적인 상용화 일정을 내부적으로 조율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와 관련해 통신사업자의 앞선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며 “하지만 기업용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에서는 분명 기업 대상 비즈니스 경험이 많은 IT서비스업계가 유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통신서비스업체가 클라우드 시장에서 IT서비스를 위협하는 외부 요인이라면 전문인력과 기술 부재는 내부적인 위협 요인이다.
클라우드 컴퓨팅이 초기 단계이다보니 어느 업체도 충분한 구축 경험과 전문 인력을 갖추지 못한 상태다. 현재 내부 교육을 통해 인력 역량을 높이고 있지만 실제 클라우드 서비스가 본격화됐을 경우 문제가 없으리라고 장담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이와 더불어 아직 본격적인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를 위한 과금체계와 서비스수준협약(SLA) 미흡하다는 것도 걸림돌로 지적된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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