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대기업에 연말 `인사폭풍`이 감지되고 있다.
이미 이건희 회장이 대규모 인적 쇄신을 예고한 삼성그룹에 이어 현대자동차 그룹과 LG, SK그룹 등 4대 그룹이 연말 인사폭을 크게 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인사 시기도 예년보다 일러질 것이라고 관측된다. 사실상 이미 인사태풍의 영향권에 들어갔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4대 그룹의 대규모 인적쇄신 분위기는 10대 그룹 등 여타 대기업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가장 관심을 끌고 있는 기업은 삼성그룹이다.
이건희 회장은 지난달 12일 "어느 시대이든 조직은 젊어져야 한다"고 말한 데 이어 30일에는 "21세기 리더는 젊어야 한다. 나이 많은 사람은 안 맞다"고 강조했고, 이달 11일에는 "연말 인사는 되도록 넓게 하고 싶다"고 언급하는 등 대규모 인사혁신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현대차 그룹의 연말 인사도 과거 어느 때보다 관심을 모으고 있다.
통상 연말 인사폭이 컸던 현대차 그룹은 올 연말 인사 화두가 `대폭적인 세대교체`에 모아질 것으로 보인다. 정의선 부회장 체제를 탄탄하게 만들면서 조직을 젊게 만드는 세대교체 움직임이 가시화할 것이라는 얘기다. 여기에 쏘나타 등 현대차 판매실적에 따른 인사요인도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
23일로 예정된 현대제철 제2고로 화입식이 끝난 다음 인사안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작업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그룹이 꼭 따내야 할 것으로 지목했던 현대건설 인수전에서 사실상 탈락한 책임을 물을 가능성이 크다. 본입찰에서 현대그룹에 밀리면서 받은 충격을 인사를 통해 수습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그룹 인사는 누구도 결과를 점치기 어렵다"면서도 "예년에 비해 인사요인이 큰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LG그룹에서는 계열사 최고경영자급(CEO)보다는 임원급을 중심으로 적지 않은 인사가 단행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달 구본준 부회장 체제 출범 후 사업과 조직 재편이 진행 중인 LG전자에서 인사이동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계열사 CEO의 경우 지난달 초 이미 LG전자의 수장이 교체된 데다 LG디스플레이, LG화학 등 주요 계열사의 실적이 나쁘지 않아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는 게 그룹 안팎의 분석이다.
주력 계열사인 LG전자는 지난 2분기에 영업이익이 크게 줄어든 데 이어 3분기에는 영업적자를 기록하면서 위기감이 고조된 상태다. 이 때문에 지난달 남용 부회장이 CEO에서 전격 사퇴하고 오너 일가인 구 부회장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이후 TV사업을 담당하는 HE사업본부장과 휴대전화 사업을 관장하는 MC사업본부장이 교체되는 등 후속 인사도 잇따르고 있다.
또 MC사업본부의 조직개편이 진행된 데 이어 HE본부 등의 개편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회사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라도 예년보다는 좀 더 많은 인력 재배치와 함께 조직개편 등이 이뤄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구 부회장이 변하는 비즈니스 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스피디하고 실행력이 높은 조직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만큼 이에 따른 인사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SK그룹은 주력 계열사인 SK에너지와 중국 총괄법인 SK차이나를 중심으로 올 연말 대규모 조직개편이 예상된다.
SK에너지는 내년 1월 1일자로 정유사업과 석유화학사업을 분사하기 때문에 조직개편이 시급한 상태다.
또 올해로 중국 진출 10년째를 맞아 SK차이나에 대한 인적 쇄신도 불가피하다는 의견이다. 이 때문에 올 연말로 예정된 그룹 인사도 다소 앞당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SK차이나는 현재 중국인 임원 비율이 전체 30%에 달하지만 이를 40%대로 끌어올리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GS그룹과 롯데그룹, 포스코, 현대중공업그룹, 한진그룹, 한화그룹 등 주요 그룹들도 인사 폭이 커질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매일경제 김경도 기자/김규식 기자/문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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