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풍(女風)`이 거세다고들 하지만 아직 증권가에서는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22일 연합뉴스가 금융감독원에 2010회계연도 반기보고서를 제출한 국내 증권사 30곳(외국계 제외)을 대상으로 확인한 결과, 지난 9월 말 현재 상근 임원으로 재직하고 있는 여성은 8명에 불과했다.
이는 전체 국내 증권사의 감사를 제외한 상근임원 600여명에서 1.3%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그마저도 이들 8명 중 대신증권 이어룡 회장(57)은 남편인 고(故) 양회문 회장을 이어 2004년 9월 대신증권 회장으로 선임된 `특별 케이스`에 해당한다.
증권사 여직원이 단계적으로 승진해 첫 임원에 오른 것은 불과 5년 전인 지난 2006년이다. 이처럼 열악한 환경을 딛고 `여성 증권맨` 1세대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으나 임원 자리는 증권ㆍ선물업계 여성인력 비율인 38.6%(금융인력네트워크센터 집계, 2009)에 턱없이 못미치고 있다.
◇증권영업이 여성에 불리하다는 인식이 원인
증권가에서 여성들의 입지가 유독 좁은 이유는 증권업의 `꽃`으로 불리는 위탁매매 영업(브로커리지)에서 여성들이 능력을 발휘하기가 녹록하지 않다는 인식이 퍼져있었기 때문이다.
김태훈 한국투자증권 인사부 차장은 "지금 임원들이 사회생활을 시작할 20~30년 전에는 증권회사 수익이 개인고객 상대 영업에서 나왔는데 주식시장 변동에 따라 부침도 심하고 손실 입은 고객을 상대하기가 어렵다 보니 남성이 고용에 유리한 측면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증권사에서 현재 영업담당 임원으로 활약하는 경우는 박미경(51) 한국투자증권 상무, 홍은미(47) 한화증권 상무, 이명희(44) 한화증권 상무 3명뿐이다. 이들은 20년 이상 금융업계에 몸담았고 지점장을 거쳤다는 공통점이 있다.
박 상무는 2000년 증권업계 최초로 지점장에 발령돼 화제를 보았던 인물이다. 그는 1977년 한국투자신탁에 입사해 마포지점장, 홍보부장, 여의도 프라이빗뱅킹(PB)센터장, 마제스티클럽 부장을 거쳐 2006년에는 PB본부장으로 승진했다.
홍 상무는 한국장기신용은행(국민은행에 흡수합병)에 1985년 입사해 미래에셋을 거쳐 2004년에 한화증권으로 옮겼다. 지난 2008년 갤러리아지점장에서 강남금융센터장으로 승진됐다.
이 상무은 1989년 쌍용투자증권에 입사해 HSBC증권, 삼성증권에서 경력을 쌓고 2005년 한화증권 서초지파이브 지점장으로 영입됐다가 지난해부터 서초지파이브 영업을 총괄하고 있다.
◇위탁매매 이외 분야서 여성임원 `물꼬`
다른 여성임원 4명은 위탁매매 영업 이외의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이는 증권사들이 기존 위탁매매 중심의 영업에서 탈피해 투자은행(IB) 업무, 연금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면서 관련 경력이나 전문성이 있는 여성들을 채용하려는 움직임과 관련이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08년 3월 임원으로 승진한 동양종금증권의 최선희(50) 이사다. 최 이사는 1982년 제일은행에 입사해 외화차입업무를 주로 담당하다가 1999년 합병 전 동양종합금융증권에 합류해 2008년 동양종금증권 IB본부 이사로 취임했다.
최승희(47) KTB투자증권 상무보는 UC버클리 대학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경제분석팀 선임연구원으로 근무하다가 2008년 KTB투자증권에 합류해 USA 미주사무소에서 글로벌 IB/사모펀드(Private Equity)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2008년 당시 우리투자증권 퇴직연금영업부 부장이었던 김진희 씨를 퇴직연금컨설팅 3본부장으로 발탁했고, 우리투자증권이 지난해 7월 세계적인 금융회사를 거친 오세임 상무(49)를 오퍼레이션센터장으로 고용해 부서별 업무를 조정하는 업무를 맡겼다.
홍순만 대우증권 인사부 팀장은 "여전히 증권사 여성인력 중 창구업무를 보는 텔러가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IB, 트레이딩 분야 등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여성인력이 점차 많아지는 추세라 시간이 지나면 여성 고용환경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