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밥이 친환경 에너지로 변신하는 현장

산림조합중앙회 목재유통센터 목재펠릿 제조공장에서 목재펠릿이 포장돼 나오는 것을 한 직원이 옮기고 있다.
산림조합중앙회 목재유통센터 목재펠릿 제조공장에서 목재펠릿이 포장돼 나오는 것을 한 직원이 옮기고 있다.

지난 17일 경기도 여주군 여주읍에 위치한 산림조합중앙회 목재유통센터. 강원도 원주와 경계를 이루는 이곳은 벌써 찬바람이 몰아치고 있었다. 그러나 유통센터 내 사무실로 들어가자 후끈한 열기가 가득했다. 사무실 가운데에 자리한 난로 덕분이었다. 벌겋게 달궈져 겉보기에도 화력이 강해보이는 난로의 연료통을 열자 경유가 아닌 애완동물 사료 같은 것이 들어있었다. 만져보니 차갑고 딱딱했다. 김재덕 목재유통센터 과장은 “이게 바로 우리가 직접 생산한 우드펠릿”이라며 “6400원짜리 한 포대를 넣으면 10시간 정도를 거뜬히 버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최대 우드펠릿 생산 허브=산림조합중앙회 목재유통센터는 산림 자원화를 위해 지난 1997년 여주군 여주읍 상거리 17만6000㎡ 부지에 설립됐다. 이후 저탄소 녹색성장 바람을 타고 산림을 바이오연료로 사용할 목적으로 지난 2008년 12월, 부지 내에 우드펠릿 가공시설을 완공했다. 총 25억원의 사업비 가운데 17억5000만원이 국고에서 지원됐다.

2000톤 규모 저장시설과 톱밥제조기·건조기·펠릿성형기·포장설비 등을 갖춘 가공시설은 하루 38톤, 연간 1만톤을 생산하는 국내 최대 우드펠릿 생산기지다. 2009년 1월부터 가동을 시작해 올해 10월까지 1만200여톤을 생산해 8500여톤을 판매했다. 주로 가정난방이나 시설원예 농가에서 사간다. 향후에는 찜질방이나 대중사우나 등으로 판매 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다. 전국 24개 판매망과 전문 영업부서를 두고 우드펠릿을 전국에 보급하는 허브역할도 맡고 있다.

◇시간당 2톤의 우드펠릿 쏟아져=사무실을 나서자 넓은 공터에 아름드리 통나무가 무더기로 쌓여있었다. 원목하치장으로 불리는 이곳에는 5톤 화물차 500대 분량의 나무를 쌓아놓을 수 있다. 이 나무를 손질하고 남은 톱밥이나 잘린 가지, 잡목 등이 펠릿의 원료가 된다. 목재유통센터에는 목재 가공공장이 따로 있어 여기서 가공한 뒤 부산물을 우드펠릿 공장으로 옮긴다.

김재덕 과장은 “우리는 수입산을 사용하지 않고 국산 나무만 취급한다”면서 “활엽수는 재가 많이 나오기 때문에 침엽수를 펠릿 원료로 쓰며 주로 낙엽송을 사용한다”고 말했다.

우드펠릿 공장으로 이동하자 우선 모래처럼 쌓여있는 톱밥이 보였다. 목재를 가공하고 남은 톱밥이었다. 잡목이나 잔가지·부산물 등은 분쇄기에 넣어 톱밥으로 만든다. 톱밥은 건조-성형-포장 단계를 거쳐 최종 제품이 된다. 나무마다 수분 함유량이 다르므로 일정한 수분을 갖도록 열을 가해 말려주는 것이다. 말린 톱밥은 펠릿 특유의 모양을 만들기 위해 성형과정을 거친다. 벌집 모양으로 구멍이 송송 뚫린 성형기에 톱밥을 밀어 넣고 100도 정도의 열을 가해주면 일반 톱밥의 3배 정도로 압축돼 캡슐처럼 생긴 펠릿이 만들어진다. 실제로 기계 뚜껑을 열어보니 펠릿 알갱이가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이 펠릿은 냉각기에서 상온으로 바뀐 뒤 분진을 제거하는 품질관리 과정을 거쳐 20㎏짜리 포장이 돼 나온다.

거의 모든 과정이 자동으로 이뤄지는 우드펠릿 생산공정을 관리하기 위해 통제실이 24시간 가동되고 있었다. 통제실에 가보니 모든 공정 현황이 실시간으로 반영되는 모니터가 눈에 띄었다. 통제실에서 만난 전인상 사원(35)은 “기계가 고장나면 알람이 울리기 때문에 이를 실시간으로 알 수 있다”면서 “3교대로 일하는 직원들이 24시간 풀가동되는 공장을 빈틈없이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공장에서는 모두 9명 정도가 근무한다.

◇‘경제적 이익·자원재활용·탄소배출 저감’ 1석3조 효과=우드펠릿은 경제적 효과가 크다. 우드펠릿 가격은 톤당 32만원. 우드펠릿의 원료인 톱밥은 톤당 5~6만원에 거래된다. 톱밥을 거름 등으로 활용할 때보다 펠릿으로 만들 때 6배나 많은 경제적 가치가 발생하는 셈이다. 경유와 비교해도 40%의 비용절감 효과가 있다. 목재유통센터는 지금까지 우드펠릿사업으로 32억원 정도를 벌어들였다.

자원재활용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톱밥이나 잡목·가공부산물 등은 저마다 크기도 다르고 수송도 불편해 활용도가 매우 낮았다. 그러나 우드펠릿은 이를 압축해 균일한 크기로 만들어 수송과 사용을 편리하게 했다.

신두식 목재유통센터 지원과 차장은 “만약 장작형태로 활용한다면 일일이 난로에 넣어줘야 하지만 우드펠릿은 연료통에 부어넣기만 하면 된다”면서 “자원의 활용 가치를 크게 높인 사례”라고 말했다.

그는 “에너지로 사용하기 때문에 에너지 수입대체 효과가 있을 뿐만 아니라 탄소배출이 경유의 12분의 1에 불과해 탄소배출 저감효과도 있다”고 덧붙였다. 목재유통센터는 이 같은 친환경산업 육성과 저탄소 녹색성장 기여를 인정받아 지난 10월 환경부 장관으로부터 표창장을 받기도 했다. 또 지난해 인도네시아 산림부장관 등 100여명의 외국관람객과 국무총리 등 2400여명의 내국인 관람객이 찾을 정도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양평과 단양을 시작으로 올해 포항과 산청·연기·청원·김해·무주·태백·괴산 등에 직접 제조시설을 건립하거나 설치지도를 한 산림조합중앙회 목재유통센터는 내년 제주도에 공장을 설립하는 등 전국으로 제조공장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조합 70개소, 목재대리점 20개소를 확충해 공급망도 크게 늘릴 방침이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kr

성형기에서 압축된 캡슐 모양의 목재펠릿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모습.
성형기에서 압축된 캡슐 모양의 목재펠릿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모습.
산림조합중앙회 목재유통센터 직원들이 목재펠릿을 들어보이고 있다. 왼쪽이 김재덕 과장, 오른쪽이 전인상 사원.
산림조합중앙회 목재유통센터 직원들이 목재펠릿을 들어보이고 있다. 왼쪽이 김재덕 과장, 오른쪽이 전인상 사원.
산림조합중앙회 목재유통센터 내에 설치된 목재펠릿 난로. 오른쪽 위에 보이는 것이 목재펠릿을 넣어두는 연료통이다.
산림조합중앙회 목재유통센터 내에 설치된 목재펠릿 난로. 오른쪽 위에 보이는 것이 목재펠릿을 넣어두는 연료통이다.
연료통 안에 목재펠릿이 담긴 모습.
연료통 안에 목재펠릿이 담긴 모습.
1톤 단위로 포장된 목재펠릿을 한 직원이 창고로 옮기고 있다.
1톤 단위로 포장된 목재펠릿을 한 직원이 창고로 옮기고 있다.
1톤 단위로 포장된 목재펠릿을 한 직원이 창고로 옮기고 있다.
1톤 단위로 포장된 목재펠릿을 한 직원이 창고로 옮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