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싣는 순서]
1. 기초과학기술 지원의 중심-국립과학재단
2. 천재과학자의 자유로운 연구실-자넬리아팜연구캠퍼스
3. 바이오 기초기술의 메카-미국국립보건원
4. 응용연구를 위한 씽크탱크-스탠포드연구소
“결과가 어떨지는 모르죠. 하지만 누군가는 이런 연구를 해야 하고 바로 그 누군가가 우리입니다.”
워싱턴 북서쪽 애쉬번에 위치한 자넬리아팜연구캠퍼스(Janellia Farm Research Campus, JFRC). 이곳에 처음 들어서는 사람은 공원보다 더 아름답게 조성된 연구소 전경에 깊은 인상을 받는다.
공간기억 전문가 앨버트 리 박사는 2년동안 JFRC에서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그가 연구하는 분야는 다소 특이하다. 신경세포가 특정 위치에서 활성화되는 경향을 증명하기 위한 툴을 개발하는 것이 연구 내용이다. 지난 2년 간 이곳에서 연구를 진행하면서 그는 JFRC 측에 한번도 중간 결과보고를 한 적이 없다. 이렇게 앞으로 3년 동안 넉넉한 예산을 받고 연구에 몰두할 수 있다. JFRC에는 앨버트 리 박사와 같은 300명의 연구자가 34개의 연구실에서 창의적 연구 활동을 진행 중이다.
◇창의적 과학연구의 천국=지난 2006년 설립된 JFRC는 ‘외부와는 다른 연구 환경을 만드는 것’을 모토로 삼는다. 창의적이고 고위험 분야의 연구를 원하는 과학자들에게는 이곳은 과학연구의 천국으로 통한다.
JFRC는 하워드휴즈의학연구센터(HHMI)가 지원하는 연간 9000만달러의 자금으로 운용된다. 대부분의 자금은 이곳에서 연구하는 개발자의 아이디어를 사들이는 데 소진된다. 프로젝트별로 다르지만 연구자 한사람에 대해 5년간 5억~20억원이 지원된다.
이곳에 합류한 개발자는 대략 7명 규모로 팀을 구성, 연구 활동을 진행한다. 특히 팀 간 교류를 통한 연구시너지 확대가 JFRC의 강점이다. JFRC 복도에서 내부 연구실이 훤히 보이도록 설계한 것은 랩 단위의 연구팀 간 원활한 교류를 위해서다.
과학자의 선발방식도 독특하다. 과거에 논문 수가 얼마나 많았는지는 고려대상이 아니다. 그보다 앞으로 5년 뒤의 창의성과 영향력을 세심하게 살핀다. 나이는 상관없으며 심지어 과거 성과가 없더라도 아이디어만 좋다면 연구 활동의 기회가 주어진다. 연구가 허용되면 5년 간 연구기간이 보장된다. 5년 뒤 결과에 따라 추가로 5년의 연구기회를 더 주거나, 2년 간 다른 직업을 찾을 수 있도록 추가시간을 지원한다.
이도윤 박사는 “상주 연구원들은 HHMI로부터 월급과 연구에 필요한 모든 비용을 내부적으로 지원받고 외부로부터의 연구비 지원은 금지된다”며 “때문에 연구원들은 외부 연구비를 받기 유리한 분야의 연구 과제를 선택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장기적인 고위험 연구가 핵심=JFRC의 연구방향은 장기적이고 위험성이 높은 분야다.
제럴드 루빈 소장은 “기존 학계와 업계는 긴 시간을 두고 할 수 있는 프로젝트, 고위험, 융합연구에 어려움이 있다”며 “JFRC는 이와는 반대로 대학이나 기업 연구소에서 수행하기 어려운 고위험 고수익, 장기 과제로 수행할 수 있는 연구가 목표”라고 말했다.
JFRC는 크게 신경회로를 통해 생성되는 정보전달의 원리 규명과 이미지공학 및 이미지 분석을 위한 컴퓨터 분석 방법의 개발을 대주제로 잡고 있다. 이러한 대주제 하에서 수많은 하위 연구 과제는 각 연구그룹 리더들과 연구원들의 관심분야에 따라 결정이 가능하다.
제럴드 루빈 소장은 “쉽게 얘기하면 책상위에 수십억원을 놓고 연구 활동을 하고자 하는 과학자의 아이디어와 돈을 그 자리에서 맞바꾸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과학자는 과학을 오직 한길로 생각하고 사랑해야 하며 결코 과학을 직업으로 삼으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애쉬번(미국)=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