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 태양전지 사업 `LG전자`로 몰아준다

LG전자가 LG그룹의 태양전지 사업을 총괄 추진한다.

22일 복수의 LG그룹 관계자에 따르면 실리콘 박막 태양전지 연구개발(R&D)을 진행해오던 LG디스플레이가 태양전지 사업에서 손을 떼고 디스플레이 사업에 전념하기로 했다. LG디스플레이가 맡던 사업은 LG전자가 도맡는다.

LG 계열사 한 고위 관계자는 “그룹 내부적으로 워크숍을 통해 진지한 고민을 거듭한 끝에 실리콘 박막 태양전지 사업을 LG전자가 맡는 쪽으로 사실상 결론이 났다”면서 “올해 안에 공식적으로 결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LG디스플레이 박막 태양전지 관련 인력이 LG전자로 이동 배치될 것인가라는 질문에 “그럴 가능성도 있다”고 답해 다가오는 그룹 정기인사 때 태양전지 관련 인력 배치 교통정리가 이뤄질 수 있음을 내비쳤다. 또 다른 고위 인사도 “(LG전자가 실리콘 박막사업을 하는 쪽으로) 방향이 정리된 것 같다”며 “최종 결정만 남아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그동안 LG그룹 내에서 결정형 태양전지 사업은 LG전자가 단독으로 진행하고, 실리콘 박막은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가 연구개발을 동시에 진행해 왔다. 올해 초 두 계열사 가운데 어느 쪽이 실리콘 박막태양전지사업을 진행할 것인지의 최종 결정을 내년 초까지 1년 연기한 바 있다.

양사는 최근까지 박막전지를 개발해 왔으나, 최근 효율 시험에서 LG전자가 11%로 10%대인 LG디스플레이를 다소 앞선 것으로 알려지면서 LG전자에 유리한 결정이 내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LG디스플레이는 이중접합 실리콘 박막 태양전지 수율(불량이 나지 않는 비율)이 높게 나오지 않아 어려움을 겪어왔다.

LG디스플레이는 실리콘 박막 외에 구리·인듐·갈륨·셀레늄(CIGS)과 카드뮴 텔룰라이드(CdTe) 등 다른 방식의 박막태양전지 사업을 검토하기도 했으나, 타당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하고 사실상 태양전지 사업을 포기했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지분투자를 통해 계열사로 편입한 다이나믹솔라디자인과 공동으로 고효율 실리콘 박막 태양전지 장비를 개발해 왔으나, 최근 연구 인력을 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LG이노텍에서 연구하던 CIGS 박막태양전지 사업도 실리콘 박막태양전지 사업을 담당하게 될 계열사에서 도맡아 하는 쪽으로 그룹차원의 결정이 난 바 있다.

LG전자는 이 같은 결정으로 기존 1세대 결정형실리콘 태양전지부터 2세대 실리콘 및 CIGS 박막태양전지까지 모두 포괄하는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수 있게 됐다.

LG그룹 태양전지 사업이 그동안 중복 투자 논란을 일단락하고 LG전자로 단일화하면서 향후 5년 동안 태양전지 개발과 제조에 총 8억2000만달러(약 9300억원)를 투자해 생산 능력을 1GW(기가와트)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중장기 계획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된다. LG전자는 이미 구미에 2㎿(메가와트) 규모의 파일럿 라인을 설치하고 고효율 실리콘 박막 태양전지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다.

LG전자는 최근 한 국제 태양광전시회에서 2015년까지 태양전지 관련 글로벌 매출액을 24억달러(약 2조7000억원 상당)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