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 이부진 호텔신라 전무, 이서현 제일모직 전무.` 22일 증시에서 주인공은 단연 삼성가 3세들이었다. 이건희 삼성 회장 슬하 세 자녀들이 직접적으로 관련을 맺고 있는 종목이 이날 초강세를 나타냈다. 삼성그룹이 컨트롤타워를 부활시킴에 따라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으로 경영권 승계가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이 급부상하면서 삼성가 세 자녀 관련주가 날개를 달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향후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회사는 다름 아닌 삼성SDS다. 세 자매는 모두 합쳐 현재 삼성SDS 지분 17.17%를 보유하고 있다.
◆지배구조의 핵은 삼성SDS=삼성SDS는 SK그룹의 SK C&C처럼 지주회사 위의 실질적 지배회사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
삼성SDS는 현재 비상장 종목이지만, 컨트롤타워 부활 소식이 알려진 후 이 부사장에게 경영권을 승계하는 작업이 속도를 내고 상장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장외 주가가 급등하고 있다. 38커뮤니케이션 기준으로 장외시장에서 삼성SDS 주가는 지난 19일 4% 이상 급등한 데 이어 22일엔 5% 올라 사상 최고치인 15만7000원까지 뛰었다.
한 지배구조 전문가는 "삼성그룹이 이재용 부사장 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가장 필수적인 것은 삼성SDS 상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삼성에버랜드가 그룹 지배구조에서 정점에 있다고 얘기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삼성SDS가 지주회사와 대주주 일가를 이어주게 될 핵심 고리 구실을 하게 될 것"이라며 "이 같은 지배구조 프리미엄과 상장 기대감이 시너지를 내면서 장외 주가가 급등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증권가 관계자는 "장외시장에서 삼성SDS를 사고 싶어도 물량이 모자라 손에 넣기가 매우 어렵다"며 "삼성SDS 주식 보유자를 수소문하는 촌극도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오성진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삼성SDS는 비상장 기업이라 정확한 밸류에이션은 어렵지만, 2009년 기준 PBR(주가순자산비율)가 6.4배인 점을 감안할 때 최대 20만원까지 상승 여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에버랜드와 카드도 주목=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또 주목받는 기업은 삼성에버랜드와 삼성카드다. 삼성카드는 현재 에버랜드 지분 25.6%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법(금융산업구조개선에 관한 법률)은 금융회사가 비금융회사 지분을 5% 이상 보유할 수 없도록 규정해 놓았다. 유예기간은 2012년 4월까지다. 따라서 이 기간 안에 삼성카드는 보유 중인 에버랜드 지분을 처분해야 한다.
증권가에선 경영권 승계 작업이 탄력을 얻고 있는 만큼 이르면 연내, 늦어도 내년 중엔 삼성카드가 에버랜드 지분을 매각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증권가 한 전문가는 "에버랜드는 그룹 지배구조를 재편하는 과정에서 매우 핵심적인 회사인 만큼 신중을 기할 가능성이 높다"며 "올해로 종료되는 카드사에 대한 세금혜택 등을 고려해 연내에 팔 수도 있지만 시간이 좀 더 걸릴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가 전문가는 "에버랜드 지분 전량을 팔면 삼성카드는 적어도 1조3000억원 이상 막대한 자금을 손에 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때문인지 이날 증시에선 에버랜드 지분 가치가 집중 부각되며 삼성카드 주가가 무려 9% 이상 치솟아 신고가를 경신했다.
◆호텔신라ㆍ제일모직도 2세주=호텔신라는 이부진 에버랜드ㆍ호텔신라 전무 후광을 톡톡히 봤다. 이날 호텔신라는 전날보다 4.56% 오른 3만9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실적도 실적이지만 이재용 부사장에 대한 경영권 승계 작업이 속도를 내면서 호텔신라 역시 오너가 일원인 이부진 전무가 전면에 등장하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이 주가에 반영됐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호텔신라 상승세가 `이부진 효과`에 힘입은 것이라면 제일모직은 `이서현` 힘으로 급등세를 나타냈다. 제일모직은 이날 6.19% 오른 11만1500원에 거래를 마치며 신고가 기록을 다시 썼다. 증권가 전문가는 "호텔신라와 이부진 전무 관계처럼 제일모직 역시 오너가 일원인 이서현 전무가 경영 전면에 급부상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주가가 당분간 상승 흐름을 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게다가 반도체ㆍLCD 업황도 개선되는 추세여서 실적 호전 기대도 높다"고 말했다.
[매일경제 남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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