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LG전자 등 IT주가 모처럼 강세를 보였다.
지난주 말 미국 델컴퓨터가 3분기 중 순이익이 두 배 이상 증가했다고 발표하면서 IT경기 호전 기대감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2일 삼성전자 주가는 전거래일보다 3.67% 오른 84만8000원, LG전자는 3.47% 상승한 10만4500원, 하이닉스반도체는 5.86% 급등한 2만5300원으로 각각 마감했다. 이날 전기전자 업종지수는 3.71%로, 올해 전 업종을 통틀어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 연말 대목 앞둔 반짝 상승?=하지만 이번 상승은 미국 소매업체 최대 대목인 `블랙 프라이데이`를 앞둔 반짝 반등 성격이 짙어 본격적인 주가 회복은 내년 초에나 가능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종우 HMC투자증권 센터장은 "IT주 강세는 코스피는 계속 오른 반면 IT주가 그동안 눌림목에 있었던 것에 대한 반등"이라며 IT주가 대세라고 보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의견을 보였다. 이 센터장은 "그나마 반도체 실적이 뒷받침되는 삼성전자를 놓고 보면 고점은 85만~87만원 사이일 것"이라며 "주도주가 길을 뚫지 못하면 하이닉스도 2만8000원 이상은 기대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그는 IT주의 진정한 귀환은 내년 2분기 정도로 기대해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 실적 4분기 바닥 전망=삼성전자는 올 4분기 실적이 바닥을 찍으면서 주가도 점차 상향 조정될 것이라는 리포트가 나왔다.
한화증권은 "삼성전자의 4분기 영업이익이 3조2700억원으로 저점을 찍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직전 3분기 영업이익 4조8600억원(잠정)보다 크게 줄어드는 것이다. 그동안 최고 효자 노릇을 했던 메모리반도체 부문은 내년 1분기부터 D램 부문을 중심으로 점차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승우 신영증권 연구원은 "해외 D램 업체들이 감산하더라도 D램 가격은 2~3개월 정도 가격이 더 내리는 경향을 보였다"며 2011년 초 D램 가격이 바닥을 찍거나 하락세가 둔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홀수 해 강세` 재연될까=삼성전자에는 긍정적인 징크스인 이른바 `홀수 해 효과`도 기대해볼 만하다. 전통적으로 짝수 해에는 주가가 부진하지만 홀수 해에는 주가가 좋았던 경험이다. 신영증권은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와 2001년 9ㆍ11테러 기간을 제외하고는 삼성전자 연평균 주가가 꾸준히 올랐다고 분석했다.
반도체 가격 하락에도 3분기에 1조원 규모 영업이익을 달성한 하이닉스는 기초체력에 비해 주가에서 다소 소외됐다는 공감대가 확산되는 분위기다. 김성인 키움증권 수석연구원은 "지금 분위기로는 어떤 상황에서도 분기 적자가 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며 "주가수익비율(PER)이 6배밖에 안 돼 추가 상승 여력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지속적인 반도체 가격 하락이 예상되는 만큼 내년 상반기까지는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서원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는 11월 말에 다시 한번 큰 폭 하락이 예상되며 이에 따라 하이닉스의 4분기 영업이익은 5000억원, 내년 1분기에는 3000억원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LG전자는 미국 가전 경기가 회복 조짐을 보이면서 바닥을 친 것 아니냐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지난주 미국가전협회가 발표한 세탁기, 냉장고 등 6대 가전제품의 월별 매출 실적에 따르면 3월 이후 7개월 만에 소비가 회복세로 돌아섰다. LG전자 가전 수출 부문에서 미국 시장 비중은 30%로 가장 크다.
권성률 동부증권 연구원은 "휴대폰 부문에 이어 가전 쪽에서도 바닥을 쳤다는 시그널이 나오면서 내년 1분기 반등에 대한 기대감이 한층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매일경제 노원명 기자/서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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