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의 과학기술정책이 확대되면서 중앙과 지방간의 과학기술 정책 종합조정이 중요한 과제로 대두됐다. 지역에 과학기술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있어서 중앙과 지방간의 역할분담과 협력관계는 어떻게 설정되어야 하는가, 또 지역특화 과학기술과 산업은 누가 어떤 방식을 거쳐서 선정되고 육성되어야 하는가 등 중앙부처 간 또는 중앙과 지방간 종합조정을 요하는 분야가 많다.
그러나 현행 과학기술 행정체제하에서는 이러한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어렵다. 현재에도 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있지만 비상설 기구일 뿐 아니라 그 위상이 낮아 복잡하게 얽힌 과학기술정책의 종합조정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정부는 이런 문제점에 대처하기 위해서 국가과학기술위원회(국과위)의 위상과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정부의 이런 방침을 환영한다. 국가위가 상설화되면 앞에서 제기한 지방자치단체와 중앙정부 간의 정책조정 문제 뿐 아니라 과학기술 정책의 발전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개발투자, 인력양성 등과 관련해 국가적 투자 우선순위를 정하고 부처 간, 중앙과 지방 간 협력을 증진하는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 정부 초기에 정부조직을 슬림화 한다는 취지에서 과학기술부와 정보통신부를 없애고, 다른 부처와 기능을 통합했을 때 많은 과학기술자들이 실망했다. 과학기술 전담 부처가 없어지니 아무래도 국정 운영에서 과학기술의 우선순위가 뒤쳐졌다고 평가한다. 또 국무회의에서 과학기술계 의견을 대변해줄 사람이 없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과학기술행정체제를 강화한다는 데에 대해서는 정부 뿐 아니라 정치권도 공감하고 있다. 문제가 있다면 행정체제를 강화하는 방법론에 있어서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국가과학기술위원회의 위상과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으며 과거처럼 과학기술전담부처를 설치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전문용어로 전자를 조정형 행정체제라고 하며, 후자를 집중형 행정체제라고 한다.
두 가지 대안 중 정부 조직을 대폭 개편하는 혼란을 다시 거치지 않으면서 현재 과학기술계를 중심으로 제기되는 문제점에 대해서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은 조정형 행정체계라고 판단된다. 과학기술 정책의 집행은 다수의 부처가 분산형으로 수행하면서 국과위를 통해 이를 조정하는 조정형 행정체제가 현재의 한국 과학기술 발전단계에 어울리는 행정체제기 때문이다. 국과위 기능과 역할을 강화하는 방안에서 대통령이 위원장이 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대통령이 위원장을 맡으면 국과위가 부처보다 상위의 위상이 갖는다는 장점은 있지만 그에 따른 단점도 많다. 대통령의 바쁜 일정 때문에 국과위 회의 소집이나 업무처리가 지연될 염려가 있다. 그보다 국과위 위원장을 장관급 상임직으로 임명, 과학기술계의 의견이 적시에 국정에 반영토록 하는 것이 실리적인 측면에서는 더 낳을 것이다. 과학기술 정책이 힘을 받고 추진되기 위해서는 대통령의 리더십이 무엇보다도 중요하지만, 대통령의 리더십이 국과위 위원장을 겸임하기 때문에 나오는 것은 아니다.
지방과학기술정책과 중앙정부정책간의 조정, 중앙정부의 부처간 정책조정 등 국가 과학기술정책의 종합조정 강화는 이 시점에서 매우 시급한 과제다. 지방에서도 과학기술 행정체제의 강화를 바라고 있다. 정부와 정치인들이 대국적인 관점에서 타협하여 좋은 결론을 내주기를 바란다.
이원영 경기과학기술진흥원장 wylee@gstep.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