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초 설악산을 시작으로 전국 산을 붉은색·노란색·갈색 등으로 짙게 물들인 단풍 시기가 거의 끝나가고 있다. 전체 산 면적의 80% 이상이 단풍으로 덮여 있는 절정기에 맞춰 수많은 등산객들이 설악산·내장산 등 주요 명산을 찾아 나섰고 이제 막바지 단풍을 즐기려는 등산객들로 붐비고 있다.
등산객들이 단풍놀이에 나서는 이유는 붉고 노랗게 형형색색 물든 곱디 고운 단풍 자태에 푹 빠지는 동시에 자연 속에서 잠시나마 자신을 반추하는 기회를 얻어서가 아닐까 생각된다. 시인 도종환은 ‘단풍 드는 날’이란 시에서 단풍을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버려야 할 것이/무엇인지 아는 순간부터/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탄다/제 삶의 이유였던 것/제 몸의 전부였던 것/아낌없이 버리기로 결심하면서/나무는 생의 절정에 선다/방하착(放下着)/ 제가 키워온/그러나 이제는 무거워진/제 몸 하나씩 내려놓으면서/가장 황홀한 빛깔로 우리도 물이 드는 날…’
단풍은 나무가 겨울나기 준비를 위해 잎의 생명 활동을 강제 중단하면 발생하는 현상이다. 겨울철에는 햇빛 양과 강우량이 매우 적다. 이 때문에 나무는 잎사귀를 통해 배출되는 수분과 영양분을 막기 위해 나뭇가지와 잎 사이의 연결관을 차단하는 떨겨층을 형성한다. 이 떨겨층 덕분에 나무는 최소한의 에너지로 추운 겨울을 버텨 성장을 이어가고 수분과 영양분을 공급받지 못한 잎사귀는 노란색·붉은색 등으로 자연 산화, 낙엽이 되어 나무 아래에서 거름으로 재탄생한다.
단풍의 화려함 이면에는 이처럼 후일을 내다본 나무의 치열한 버림과 고통의 생존전략이 깔려 있다. 기업 생태계에서도 이러한 자연의 생존 법칙은 그대로 재현되는 듯싶다. 특히, 최근 삼성그룹의 숨 가쁜 경영 행보를 보면 더욱 그렇다. 태양전지·자동차용 전지·발광다이오드(LED)·바이오 제약·의료기기 등 장밋빛 신수종 사업을 확정·발표하고 이를 적극 추진하기 위해 삼성그룹은 조직을 대대적으로 쇄신하기로 했다. 미래를 열기 위한 삼성그룹의 새로운 경영 드라이브 정책이 훗날 어떤 모습으로 우리에게 비쳐질지 궁금하다.
안수민 보안팀장 smah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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