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싣는 순서]
1. 기초과학기술 지원의 중심-국립과학재단
2. 천재과학자의 자유로운 연구실-자넬리아팜연구캠퍼스
3. 바이오 기초기술의 메카-미국국립보건원
4. 응용연구를 위한 싱크탱크-스탠퍼드연구소
“목표는 실제 쓸모 있는 응용연구를 하는 것입니다. 지적 호기심에서 비롯된 기초연구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박종원 스탠퍼드연구소(SRI:Stanford Research Institute) 부소장은 SRI가 국립과학재단이나 미국국립보건원과는 분명히 성격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기초기술 연구기관을 통해 개발한 기술을 실제 상용화 할 수 있는 수준으로 탈바꿈시키는 곳이 바로 SRI다.
SRI는 1930년대 스탠퍼드대학에서 응용연구를 위해 설립한 곳으로 미국은 물론이고 세계적으로 기초기술을 상용화하는 데 선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 내 10여개의 지사를 거느린 SRI의 전체 직원은 2000명 정도며 이 가운데 석박사가 1000명 이상을 차지한다. 연간 매출은 6조원 규모다. SRI의 가장 주된 고객은 미국 국립과학재단(NSF)으로 최근 28개의 프로젝트를 NSF로부터 수탁 받아 진행 중이다.
SRI의 개발 분야는 다양하다. 이미 1993년까지 인터넷의 패킷을 보내고 인터넷 도메인 이름과 레지스트리를 관리했던 곳이 바로 이곳이다. 또 울트라사운드, 수표의 마그네틱, 수술로봇 등도 바로 SRI가 개발한 대표적 제품들이다.
특히 다빈치의 경우 1000억원 이상의 자금을 지원받아 개발됐다. 이 제품은 미국에 있는 의사가서 이라크의 부상 입은 병사를 원격 수술로봇을 이용해 치료하는 것으로 이미 전 세계 수술업계에 널리 퍼진 제품이다.
박 부소장은 “지난 2000년 초 전쟁터에서 지휘관이 전투현장을 지휘하면서 판단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프로그램 ‘PAL’을 응용한 제품이 있다”며 “최근에 이 기술을 응용해 아이폰 앱으로 개발해 시장에서 주목 받는다”고 말했다. 이 기술은 아이폰을 통해 비행기, 식당 등을 음성으로 검색하고 예약할 수 있다.
SRI의 연구범위는 응용기술 개발에만 그치지 않는다. 지식을 활용한 컨설팅 사업에도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중동지역의 지식산업 확장에 따른 컨설팅이다.
사우디아라비아가 1000억원을 투자해 설립하는 킹압둘라사이언스유니버시티의 전반적 구성과 운영에 대한 컨설팅을 SRI가 담당한 것. 학과와 학부 구성, 과목 등을 SRI가 모두 컨설팅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응용기술을 개발하는 연구소가 많지만 SRI는 이들과 차별화된 점이 있다. 한마디로 비영리 사설연구소라는 점이다. 영리가 주된 목적이 아니면서도 100% 외부 프로젝트를 경쟁을 통해 수주한다는 것이다.
SRI가 무조건 안정적 프로젝트만 수행하는 것은 아니다.
노진 연구원은 “수면, 인공지능, 음성인식, 신야개발 등 새로운 분야의 연구에 관심이 있는 연구자가 많이 온다”며 “도전적인 프로젝트 중에는 실패하는 프로젝트도 있다”고 말했다.
결국 SRI는 실용적이고 상용화 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지만 이곳에서도 역시 고위험 연구는 벌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박 부소장은 “과제에 있어 대부분은 평균적인 수준의 성과를 내거나 기대만큼 잘 안되는 게 대부분”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구 사업은 100개 과제를 했을 때 몇 개만 제대로 결과가 나오면 나면 보상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모험연구는 실패를 용인하고 잘했다고 말해줄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질 때 가능하다며 한국도 연구자들이 안정적인 대학으로만 갈 것이 아니라 위험을 감수하고 연구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전환해야 할 때라고 설명했다.
앨링톤(미국)=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