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백(이십대 태반이 백수), 행인(일정기간 잔심부름만 하다 집에 가는 행정 인턴), 삼일절(31세까지 취업 못하면 취업길 막힌다), 청백전(청년 백수 전성시대). 이젠 이런 농담들도 취업 준비생에겐 쓴웃음조차 자아내지 못할 듯싶다.
바야흐로 청년 실업 100만 시대다.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가상인물 진승남은 지방 4년제 대학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한 취업 준비생이다. 자랑스럽게 내세울 만한 학벌도, 그렇다고 집안의 지원도 기대할 수 없는 처지다. 입사 시험에 줄줄이 탈락하면서 이젠 웬만한 기업에 원서를 넣기조차 두렵다. 오늘도 면접에 탈락한 뒤 같은 신세의 친구와 쓴 소주잔을 기울이며 한숨만 내쉰다. 소위 ‘스펙’ 없이 취업한다는 게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려운 이 시대 청년들의 자화상이다.
그런 진승남에게 생각지도 않았던 길이 보인다. 창업이다. 우연한 기회에 친구로부터 창업을 권유받은 그는 며칠 뒤 신문 기사에서 성공한 젊은 벤처기업가들을 접한다. 고민 끝에 용기를 내 그 벤처기업가들에게 메일을 보낸다. 그들의 성공 경험담을 듣고 취업 대신 창업 노하우를 얻기 위해서다.
책은 주인공 진승남이 김현진 레인디 대표와의 만남을 시작으로, 9명의 젊은 벤처기업가를 찾아 창업 경험을 배우는 스토리로 꾸며졌다. 그들을 멘토로 삼아 자신의 계획을 구체화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책 속에서 벤처기업 대표들이 하는 조언은 이렇다.
“성공은 산봉우리와 같아서 아주 멀리서도 잘 보이지만 막상 그곳을 향해 가다보면 무척 먼 길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요즘 창업하는 후배들은 너무 성급하다. 멀리 있는 산봉우리를 가야 하는데 물 한 통 없이 출발한다면 오류를 범하기 십상이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대부분 만시간의 법칙을 얘기한다. 당장 창업 아이템을 찾는데 만시간을 투자하기는 무리라고도 한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분명 본인이 만시간을 투자한 어떤 일이 분명 있다. 사업 아이템을 정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새로운 아이템을 찾아내 스스로 전문가가 되든지, 이미 만시간을 투자한 것을 찾아내는 방법이다.”
“기업가 정신과 철학이 없다면 성공을 지속할 수도 없다. 단순히 돈만 벌겠다는 생각으로 회사를 키우면 성장의 에너지가 없기 때문이다. 튼튼한 중소기업이 어느 정도 돈을 번 뒤 무너지는 경우 상당 부분 그런 이유가 많다.”
지난해부터 정부는 취업률을 올리기 위해 1인 창업을 비롯해 각종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정작 대다수 젊은이들은 힘든 창업보다 편안하고 안정된 취업을 선호한다. 물론 창업은 어렵다. 그러나 힘든 만큼 그 성취감과 희열은 더 클 수밖에 없다. 책은 취업을 위한 보여주기식 스펙 만들기에 열중하기보다 도전하는 젊음이 우리 자신과 사회의 밝은 미래를 만들어 줄 것이라고 강조한다.
저자인 김현진 레인디 대표가 “우리 얘기를 책으로 내 주세요!”라고 한 말 한마디가 이 책의 시작이었다. 실패를 인정하고 성공보다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어야 한다고 그는 역설한다. 기존 경영서에서는 찾아볼 수 없던 생생한 실패담과 성공담이 창업의 현장 지침서가 될 법하다.
김현진·김현수 지음. 예문당 펴냄. 1만3000원.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