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때 베팅…큰손은 개미와 달랐다

■ 연평도 포격 다음날 증권가는

"오늘 추가로 매수할까 하는데 괜찮은 종목이 있을까요?"

북한 연평도 포격으로 긴장된 분위기가 가시지 않은 24일 오전.

장석진 미래에셋증권 잠실지점 과장은 업무를 시작하자마자 의외의 전화를 받았다. 전날 사건으로 주식을 던지려는 고객들이 줄을 이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매수에 더 관심을 보였다. "팔아야 하느냐"는 질문보단 "저가 매수를 하는 게 괜찮겠느냐"는 문의가 더 많았다.

장 과장은 "과거 학습효과 때문인지 추가 매수 기회로 삼고자 하는 고객이 많아 주식과 주식형펀드에 대한 추가 매수가 평소보다 늘었다"고 전했다. 이날 대부분의 증권사 객장은 이와 비슷한 분위기였다. 갑작스러운 포격 여파로 장이 시작되기 전 다소 뒤숭숭했지만 빠르게 냉정을 되찾았다.

송돈규 IBK투자증권 이사는 이날 자산가 10명의 돈을 모아 50억원 규모의 사모펀드를 조성했다. "저가 매수 기회"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는 "어제 오후 CNN을 보고 불안감을 느낀 미국 거주 투자자 3명에게 `돈을 빼야 하는 것 아니냐`는 전화를 받았지만 국내 투자자들은 학습효과 덕분인지 저가 매수 기회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증권사 객장에 삼삼오오 모인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이번 사건이 `오래갈 악재`는 아니라는 반응을 보였다. 주식 전업투자자 박선호 씨(63)는 "이전 북한발 위기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2~3일이면 충분히 이전 상태로 복귀된다"며 "개인들은 두려워서 파는 일이 있어도 기관과 외국인은 큰 문제로 보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객장에선 저가 매수에 관한 문의가 많았지만 실제 이날 개인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5749억원을 순매도했다. 지난 10월 29일 6274억원 이후 가장 많은 순매도다. 오래갈 악재가 아니라는 생각을 갖고 있긴 하지만 불안감을 떨쳐내지 못했음을 보여 주는 증거다.

안성환 대우증권 WMClass목동중앙센터장은 "장 시작 전 큰 폭의 하락을 예상한 몇몇 고객이 저가 매수 상담을 하기도 했으나 실제 예상보다 낮은 하락세를 보이자 보유한 주식을 일부 매도하는 투자자들이 있었다"고 전했다.

한 증권사 객장에서 북한 관련 신문을 정독하던 이 모씨(70)는 "이번 사태로 증시에 큰 타격이 가지는 않겠지만 결국 중국이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증시가 또 출렁일 수 있을 것"이라며 "중국을 비롯해 해외 상황을 보고 투자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오전 시장이 급락하면 주식을 사려 준비했던 김 모씨(30)는 "지수가 예상보다 크게 하락하지 않으면서 투자 기회를 잡을 수가 없었다"며 "이 정도 수준에 급히 마련한 종잣돈을 투자하기에는 리스크가 너무 크다"고 털어놨다.

[매일경제 황형규 기자/문수인 기자/김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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