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숭실대학교 산학협력단은 처음으로 변리사를 채용했다. 변리사 채용 이후, 이공계 교수들이 연구성과를 들고 직접 찾아와 사업화 가능성을 타진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논문 위주’ 였던 교수들이 특허와 기술이전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는 학내 분위기가 형성됐다.
이원철 숭실대 산학협력단장은 “학교의 연구 풍토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들이 ‘특허인력 모시기’에 나섰다. 불과 수년 전만 해도 특허 전문가를 보유한 학교는 거의 없었지만 최근 서울 주요 대학들을 필두로 변리사 고용이 늘고 있다. 이미 한양대와 연세대, 중앙대 등이 변리사를 채용했다. 고려대, 서강대, 동국대 등도 1~2명의 변리사를 두고 지식재산 관련 업무를 보고 있다. 이들은 단순한 특허 관리 업무를 뛰어넘어 학내 유망기술에 대해 파악하고 특허 포트폴리오 수립을 통해 대학이 ‘지식재산 경영’ 체제를 확립하는 데 새바람을 넣고 있다.
한양대의 경우 특허 전문 인력을 바탕으로 도입한 ‘발명가 인터뷰’ 제도가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이 제도는 기술을 발명한 교수와 학내 특허 전문가, 외부 전문가가 함께 모여 연구 성과를 가다듬는 구조의 특허 양산 시스템이다.
한양대 관계자는 “변리사 등의 인터뷰를 거친 특허에 한해서만 출원이 가능토록 해 대학 기술의 시장성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변리사를 고용하기 전에 대부분 대학들은 특허 사무소와 전담 계약을 통해 학내 기술 사업화를 도모했다. 하지만 질 좋은 특허 창출 보다는 출원 실적과 출원비 절감에 급급해 오히려 대학에 사용하지 못하는 ‘휴먼 특허’가 쌓이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이에 따라 연세대는 연구 분야별로 지식재산 전문가를 영입했다. 이들은 기계·소재분야, IT분야, 화학분야 등으로 파트를 나눠 각 분야의 학내 우수 기술 발굴부터 마케팅·협상·계약까지 책임지고 맡는다. 이는 미국 하버드대학의 기술이전 조직 모델과 유사하다. IT 분야 파트장인 나성곤 변리사는 “특허 사무소에서 형식적인 출원 서류를 만드는 것보다 한 분야의 전문성을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변리사에게도 대학은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하지만 평균적으로 봤을때 아직 국내 대학의 특허 인력은 크게 부족한 실정이다. 실제로 서울대의 경우 연간 800여건의 특허가 출원되는데 반해 지식재산 권리화 담당 인력은 2~3명에 그쳐 1명당 연간 담당 건수가 300~400개에 달한다.
한국공학한림원 지식재산위원회 관계자는 “정부의 CK사업, 코디네이터사업, 특허어드바이져파견사업 등을 통해 지원 인력 수는 늘고 있지만 아직도 대부분 대학들은 특허 인력이 절대 부족 상태”라고 지적했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