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부터 보름간 아시아를 후끈 달아오르게 만든 2010 광저우 아시안 게임에서 한국 선수들은 범접할 수 없는 기량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역도의 장미란 선수는 세계선수권 부진을 떨쳐내고 여자 최중량급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수영에서 금메달 3개와 은, 동메달 2개씩 획득한 박태환 선수는 아시안게임 사상 사격 외 종목 선수로는 최다 메달 주인공이 됐다.
선수들의 목에 걸린 금메달은 그간 선수들이 흘린 땀방울을 보상하는 것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무조건 땀만 흘린다고 해서 경기의 결과가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종목 자체에 대한 과학적인 접근과 이에 따른 체계적인 훈련이 필수적이다.
황종학 체육과학연구원 스포츠산업연구실장은 “스포츠 과학이 있었기에 이번 아시안 게임의 좋은 성적이 있을 수 있었다”며 “스포츠 기술 역시 영역을 구분하지 말고 스포츠가 결합되는 것은 모두 스포츠 과학으로 포함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근육사용의 타이밍, 역도=장미란 선수는 인상보다 용상 쪽에 성적이 좋다. 장미란 선수의 경우 세계 신기록을 세우는 데 있어 항상 발목이 잡히는 것이 바로 인상종목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한 과학적 과제는 무엇일까.
장미란 선수가 역기를 들어 올릴 때 각 동작별 결정요인을 수학식으로 산출해 무릎각도에 따른 하지 신전근 발현의 크기를 측정하면 보다 효과적으로 힘을 안배할 수 있다.
인상 동작의 경우 초기에 하체를 펴는 동작에 의해 바벨을 들어 올리고 상체는 최대한 펴지 않고 바벨을 견디면서 올라와야 한다. 바벨이 무릎 위를 지나면서 부터는 하체는 지면을 꾹 누르고 다리가가 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동시에 허리신전근으로 고관절을 신전시키면서 바벨을 들어올린다. 바벨이 대퇴의 1/3 지점 이후부터는 무릎을 자연스럽게 넣으면서 라스트풀 동작을 수행하면 된다. 이때 고관절이 뒤로 빠져 있으면 파워풀한 라스트 풀 동작을 할 수 없다.
이 같은 결과에 따른 훈련방법도 변화해야 한다. 출발 시 천천히 바벨을 들어 올림으로써 하지 신전근의 발현을 더 크게 하고 상체 근육은 상체가 더 숙여져 시작함으로 더욱 큰 근 발현이 될 수 있도록 해 상체 근력의 강화에도 초점을 맞춘다. 주의사항은 출발 이후 상체가 앞으로 나가지 않도록 상체를 천천히 신전시키는 노력이 요구된다.
◇장비의 과학, 스케이트=지난 동계올림픽에서 스피드스케이트 종목에서 특이한 장면이 있었다. 선수가 얼음을 힘껏 지친 발을 들어 옮기는 순간 스케이트의 날이 슬리퍼처럼 뒷굽에서 떨어지는 것이다. 클랩 스케이트라고 불리는 이 스케이트에도 놀라운 과학이 숨어 있다. 날이 신발에 고정돼 있는 기존의 스케이트는 뒷발을 들어 올림과 동시에 날이 빙판에서 떨어진다. 그러나 탈착식 스케이트는 발을 들어 올려도 뒷굽에서 분리된 스케이트 날이 여전히 빙판에 닿아 있다. 선수가 다리를 들었을 때 이 클랩이 떨어짐으로써 이 날이 빙면에 그만큼 많이 닿아 있기 때문에 힘의 전달이 그만큼 많다는 것. 한마디로 빙판을 딛고 밀어내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늘려 추진력을 더 얻을 수 있다.
김연아 선수의 훈련에는 첨단 IT장비가 동원됐다. 김연아 선수가 트리플 악셀을 할 때 3차원 IT 센서로 체적과 윤곽선을 측정하면 기준 자세와의 차이는 물론 정확한 교정 정보까지 제공받을 수 있다.
◇금지된 과학, 첨단수영복=박태환 선수는 반신 수영복 차림으로 광저우 아시안 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놀라운 결과다.
과학적으로 본다면 어깨-무릎, 어깨-발목까지 감싸는 전신 수영복이 전통적인 팬츠, 원피스형 수영복이나 허리에서 무릎 혹은 발목 까지 내려오는 수영복보다 전체 저항을 10∼15%까지 줄여준다. 반신 수영복 보다 전신 수영복을 입으면 더 뛰어난 기록이 나온다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를 증명하듯 세계적인 스포츠 용품 업체들은 저항을 줄이는 역할을 하는 비행기 날개와 상어의 돌기를 각각 응용한 한층 진화된 전신 수영복을 내놓아 수영장을 과학의 각축장으로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효과 때문인지 이제 세계 대회에선 이 같은 첨단 수영복을 착용하지 못하게 됐다. 국제수영연맹이 이 같은 첨단 수영복을 착용하는 것은 반칙으로 규정했기 때문이다.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