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진출 부품업체, 추가 투자는 동남아에

국내 부품업체들이 ‘차이나 리스크’ 대안으로 동남아 투자를 서두르고 있다.

기존에도 국내 부품업체들의 ‘탈 중국’ 현상이 있었지만, 경쟁력이 떨어지는 단순 조립 임가공 산업에 제한됐다. 그러나 지금은 고부가가치 핵심 부품을 만드는 업체들도 중국에 추가 설비를 투자하기보다는 베트남·필리핀 등으로 분산 투자하고 있다. 위안화 가치 상승과 중국 내 인건비 급등으로 중국 투자 장점이 희석되고 있기 때문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리스크 완화 차원에서 생산 거점을 동남아 등으로 분산하는 첨단 부품업체들이 늘고 있다. DVD·블루레이 광 픽업 모듈 생산 전문업체 아이엠이 필리핀 마닐라 인근에 용지를 마련, 설비투자에 들어갔다. 중국 둥관에 생산거점을 확보하고 있는 이 업체는 최첨단 IT용 블루레이 광픽업 공장 투자를 놓고 중국과 필리핀을 저울질하다 최종입지를 필리핀으로 결정했다. 아이엠은 연내 필리핀 투자건을 마무리짓고, 내년 상반기에 IT용 블루레이 광픽업 생산에 돌입할 계획이다.

모바일 입력장치 전문기업 크루셜텍도 스마트폰 핵심 부품인 ‘옵티컬트랙패드(OTP)’ 공장 투자를 위해 중국 대신 베트남으로 선회했다. 이 업체는 당초 대만 휴대폰 업체 HTC에 공급할 OTP 물량을 위해 해외 생산 거점을 검토했기 때문에 베트남으로 낙점한 것은 의외였다. 안테나 및 카메라모듈 업체 파트론은 카메라모듈과 백라이트유닛(BLU)을 생산하는 마이크로샤인을 인수합병해 베트남에 생산거점을 마련했다.

업계 관계자는 “아이엠·파트론·크루셜텍 등 기업은 국내에서도 첨단 부품을 생산하는 기업으로 꼽힌다”면서 “단순히 당장의 비용 요인보다는 장기적인 중국 리스크 완화 차원 전략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차이나 리스크에 대한 경계는 최근 들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중국 동부 연안 지역에 비해 내륙 쪽은 인력 확보도 쉽고, 인건비도 저렴한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아이폰을 생산하는 전자제품제조기업(EMS)인 폭스콘 공장에서 노동자 자살 사건이 잇따라 발생해 내륙 쪽 인건비가 두 배 수준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인력 수급문제도 중소기업에서 대기업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과거에는 영세한 국내 업체들만 인력 유출을 걱정했지만 최근에는 국내 대기업도 피할 수 없는 고민거리가 됐다. 최근 톈진에 미국 보잉의 생산라인이 들어서면서, 국내 업체에서 일하는 중국 숙련공들을 빨아들이고 있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조차 톈진 투자는 최소화하고, 베트남 옌퐁을 세계 3대 생산거점으로 육성한다고 선언했다.

김대준 크루셜텍 부사장은 “국내 부품업체들이 베트남 옌퐁 공단으로 진출하면서 그곳 땅값이 1년 전보다 두 배 수준으로 올랐다”면서 “국내 부품업체들이 중국 생산라인에서 설비를 빼내지는 않겠지만 추가 투자는 부담스러워 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