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물처리기 시장이 꽁꽁 얼었다. 주요 업체들은 1년 넘게 신제품 출시를 미루면서 시장 상황이 나아지기만을 기대하고 있다.
루펜리는 올여름 예정됐던 음식물처리기 신제품 출시를 내년까지 미루기로 결정했다고 25일 밝혔다. 루펜리 관계자는 “기존 제품이 소진된 후에야 신제품을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르면 내년 3월께 신제품을 출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루펜리는 2003년 ‘루펜’이라는 브랜드로 음식물처리기를 국내 최초로 선보인 시장 선도업체다. 현재까지 이 업체의 음식물처리기는 100만대 넘게 판매됐다.
웅진코웨이도 1년 넘게 신제품 출시를 미루고 있다. 웅진코웨이는 2006년 ‘클리베’를 출시하며 관련 시장에 뛰어들었다. 당초 올해 여름 신제품을 선보일 예정이었으나 지난 8월 싱크대 장착형 제품을 제외하고 기존 이동식 제품은 내년 상반기로 출시를 미룬 상태다. 한경희생활과학 역시 지난해 9월 이후 1년 넘게 신제품 출시 계획을 잡지 못했다.
이들 업체가 출시를 계속 미루는 이유는 음식물처리기에 만족하지 못하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루펜리 관계자는 “2년 전 한 방송사의 소비자고발 프로그램에 방송된 뒤부터 판매가 위축되기 시작했다”며 “당시 입은 이미지 손상을 회복하려고 노력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문제가 됐던 기종은 10만원 내외의 단순건조식 제품. 전력소비량에 비해 빠른 건조가 이뤄지지 않고, 악취가 많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상대적으로 고가인 분쇄건조식 제품을 주로 선보였던 웅진코웨이도 여파가 심했다. 웅진코웨이 관계자는 “한때 월 2만대까지 팔렸으나 올해 들어 성장세가 꺾여 매출이 20~30% 이상 줄었다”며 “상대적으로 분쇄건조식 제품의 만족도는 높은 편이었지만, 저가 제품으로 인한 불만이 전체 시장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불러왔다”고 말했다.
업계는 기존 문제점이 해결돼야만 음식물처리기 시장도 다시 회복세로 돌아설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신제품 출시가 계속 미뤄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경희생활과학은 “혁신적인 제품을 내놓지 못한다면 소비자에게 어필하기 힘들다”며 “구체적인 개발에 들어가지 못했다”고 말했다. 반면에 웅진코웨이 관계자는 “현재 냄새 문제 해결을 위해 개발에 몰두 중”이라며 “내년에 선보일 신제품은 기존 문제점이 확실히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창규기자 kyu@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