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단지 관리권을 입주자 협의회로 이관하라.”
가디컴(가산디지털단지 입주기업체 협의회)과 국회 안형환 의원실 공동 주최로 지난주 국회에서 열린 ‘서울디지털산업단지 경쟁력 강화를 위한 간담회’ 자리에서 나온 얘기다.
이날 가디컴 측은 주제 발표를 통해 산업단지의 패러다임 변화에 빠르게 대처하고, G밸리의 자율성을 높이기 위해선 현재 산업단지공단(이하 산단공)이 갖고 있는 G밸리 관리권을 입주자 협의회로 이관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래야만 지식산업 집적단지 특성에 맞는 관리 및 운영이 가능하다는 것.
그동안 국가산업단지 관리권을 지자체에 이관하라는 주장은 있었지만 입주기업 관련 단체에 이관하라는 주장은 이날 처음으로 제기됐다. 관리권 이관 문제는 산단공의 위상과도 직접적으로 관련된 사안인 만큼 산단공과 입주기업 협의체 간 갈등 요인이 될 수도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관리권 이관 문제 왜 불거졌나=관리권 이관 문제가 불거진 가장 큰 이유는 G밸리가 산단공과 관할 구청의 이중규제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 ‘산집법(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 설립에 관한 법률)’ 규정에 의거해 산단공이 G밸리를 관리하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산단공이 각종 현안을 독자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 가령 지식산업센터(아파트형 공장) 등 제반 건축 허가 업무는 관할 구청에서 담당하고 있지만, 입주기업 신고 및 관리 등은 산단공에서 맡고 있다. G밸리 내 지식산업센터의 효율적인 배치를 위해 ‘단지개발계획(마스터 플랜)’을 마련하려고 해도 관리 기관이 사실상 이원화되어 있어 여의치 않다. 교통체계 개선이나 지식산업센터의 도로 점용료 문제 등 이슈가 터지고 있지만 관할 기관이 흩어져 있어 산단공이 단독으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많지 않다.
지식산업센터 연면적의 20% 이내로 지원시설 입주를 제한하고 있는 것도 G밸리 입주기업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지식산업단지의 특성을 무시하고 ‘산집법’ 규정을 G밸리에 일괄 적용하다 보니 주거 시설, 비즈니스 지원시설 등 다양한 지원·근린생활 시설이 G밸리에 들어오기 힘들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 입주 기업들은 지원시설 입주 한도를 현행 20%에서 30%로 늘리거나 아예 G밸리 특별법 또는 ‘산집법’상 예외 규정을 둬 G밸리를 특별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결국 이 같은 불만들이 한꺼번에 분출되면서 관리권 이관 문제가 불거진 셈이다.
◇관리권 이관 과연 가능한가=지난주 간담회에 패널로 참석한 안성일 지식경제부 입지총괄과장은 국가산업단지의 관리권 문제와 관련해 “아직 확정된 정책은 없지만 관리권을 입주기업 협단체 등에 이관하는 문제를 다각도로 검토 중”이라고 언급해 묘한 여운을 남겼다.
하지만 관리권을 입주기업 유관단체에 넘기는 것은 쉽지 않은 문제다. 전문 인력도 없고 재원도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강관식 가디컴 회장은 “입주자 유관 단체가 관리 업무를 맡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지자체에 넘길 수 있지 않냐”고 반문한다.
사실 관리권을 지자체에 넘기자는 주장은 이번에 처음으로 나온 것은 아니다. 지난 2007년 G밸리 일부 기업을 중심으로 결성됐던 ‘서울디지털산업단지 관리권 이양추진위원회’는 “국가산업단지에 입주한 업체들이 산단공과 관할 지자체 등 두 곳으로부터 이중 규제와 감독을 받고 있다”며 관리권을 지자체에 이양할 것을 주장했다. 금천구청 역시 전임 한인수 구청장 시절 관리권의 지자체 이양 문제를 거론했다.
◇해결 방안은=관리권 이양 문제는 사실 간단히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 정부 차원의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하지만 정부 차원의 종합 대책을 기다리기에는 G밸리 내 현안들이 너무 많다.
산단공 및 G밸리 업계 관계자들은 “수출의 다리 개선·국철 지중화·우회도로 건설 등 교통 문제 개선, 단지별 지식산업센터 입주 계획 마련, 지원 및 편익 시설·근린 공원 및 문화시설 건설 등 G밸리 내 현안들은 사실 한 기관이 해결하기 힘들다”며 “빠른 시일 내에 주요 기관 간 협의체를 만들어 얽힌 매듭을 하나씩 풀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