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프론티어사업 릴레이 인터뷰]<1>조영환 KIST 고온에너지재료센터장

조영환 KIST 고온에너지재료센터장(가운데)과 연구원들이 수소에너지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조영환 KIST 고온에너지재료센터장(가운데)과 연구원들이 수소에너지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정부가 핵심 과학기술 연구개발(R&D)을 10년간 장기 지원하는 21세기 프론티어 연구개발 사업이 올해부터 순차적으로 종료된다.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미래 신기술을 개발하는 이 사업은 국가 R&D 수준을 한 단계 높인 것으로 평가된다. 프론티어사업에 참여한 핵심 연구자를 만나 연구현황과 성과를 들어봤다.

녹색성장의 핵심인 환경친화적 대체에너지 개발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수소. 이를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선 경제적인 수소 제조 기술과 함께 작고 가볍고 안전하고 경제적인 수소 저장 기술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까지 개발된 ‘고압압축용기 저장방식’과 ‘저온액화 저장방식’은 부피저장밀도와 액화 에너지 손실 측면에서 근본적인 문제를 지니고 있으며, 종래의 상온 수소저장합금 등은 가능한 저장용량이 최대 2.5wt%(무게저장밀도)로 낮아 연료전지 자동차 등의 고용량 수소 저장 시스템에는 적용하기가 어렵다.

조영환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고온에너지재료센터장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육과학기술부의 21세기 프론티어사업(고효율수소에너지제조·저장·이용기술개발사업단)의 하나로 2002년부터 효과적인 수소 저장을 위한 원천기술 연구를 시작했다.

조 센터장은 “기체 상태로 존재하는 수소는 부피가 지나치게 크다는 단점 외에도 폭발 위험성이 크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며 “고체 재료에 저장할 수 있는 수소 함량은 너무 낮다. 이 때문에 예를 들어 수소 연료 자동차의 주행거리는 기존의 자동차에 비해 현저하게 짧은 문제를 지닐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조 센터장 연구팀이 개발에 성공한 고용량의 수소 저장 재료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전망이다. 조 센터장은 금속수소화합물을 이용하여 고용량의 수소를 가역적으로 저장하는 기술을 개발할 목적으로 연구를 수행했다.

조 센터장은 “연구를 진행하며 먼저 순수한 칼슘붕소수소화물(Ca(BH4)2)의 분해 경로를 확립하고 수소 방출에 성공했다. 이어 칼슘수소화물과 마그네슘수소화합물(MgH2)의 복합수소화물 공정에 성공했다”며 “이 물질이 촉매 없이도 수소를 5wt%의 무게저장밀도로 저장한다”고 설명했다. 기존 기술의 2배가 넘는 저장용량이다.

결과는 성공적이지만 연구 과정은 쉽지 않았다. 원자의 결합 특성을 바꾸는 것이기 때문이다. 조 센터장은 “다른 기술개발과는 달리 ‘자연상태의 근본’이라고 할 수 있는 원자의 상태를 변경해야 하는 점이 가장 어려웠다”고 말했다.

조 센터장에 따르면 현재 수소저장기술은 우리나라가 미국이나 선진국에 비해서도 뒤처져있지 않다. 21세기 프론티어 사업은 2012년 종료되지만 계속 이 분야의 연구에 매진할 계획이다.

조 센터장은 자신의 연구로 개발해낸 기술이 수소연료전지차뿐만 아니라 다른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도 널리 쓰일 수 있다는 기대다.

그는 “연구결과가 상용화되면 국내에서 최근 힘을 받지 못하고 있는 수소연료전지자동차의 상용화를 앞당기는 것은 물론이고 태양열·풍력 등 시간 당 생산량이 일정하지 않은 재생에너지를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데 수소 저장 기술을 이용하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