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는 정부가 추진하는 배출권거래제 도입을 부담스러워하며 국제경쟁력을 고려해 천천히 도입하자고 설득하고 있다.
황인학 전국경제인연합회 상무는 지난 26일 서울 삼성동 한국감정원에서 열린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도에 관한 법률 제정을 위한 공청회’에서 “배출권거래제를 너무 서두르고 있다”며 “어떻게 시행하느냐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고 도입을 해야 하는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출권거래제가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목표관리제를 막 하려는 시점에서 새로운 제도를 도입한다는 것이 혼란스럽다는 것이다.
그는 “기존에 추진하고자 했던 목표관리제를 안정화 시키고 측정·보고·검증(MRV)을 체계화 한 후 배출권거래제를 도입해도 늦지 않다”며 “녹색성장기본법에 명기한 국제 협상 동향을 감안해 배출권거래제를 도입한다는 조항을 적용해도 현재는 도입할 때가 아니다”고 말했다.
박태진 대한상공회의소 지속가능경영원장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약 80%를 차지하고 있는 G20 국가들 중에서도 배출권거래제를 도입한 국가는 EU 5개국 뿐”이라며 “우리가 먼저 배출권거래제를 도입하기 이전에 G20 국가들과의 밸런스를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박 원장은 “남들이 어찌하던 우리는 시행하자는 ‘엑트 퍼스트’가 맞는 것인지 생각해봐야하고, 우리 산업계의 국제경쟁력을 훼손하지 않았으면 한다는 희망을 산업계는 갖고 있다”며 “공정한, 평등한 룰 아래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정부가 협조해 달라”고 주장했다.
게다가 목표관리제 상에서는 에너지절약 또는 온실가스감축을 위한 투자가 해외로 유출될 경우가 없으나 배출권거래제가 도입되면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해외의 배출권을 매입함으로써 자금이 해외로 흘러나갈 가능성이 많다는 것도 산업계가 배출권거래제를 부담스러워 하는 큰 이유다.
그러나 정부의 배출권거래제 도입 의지는 단호하다.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는 새로운 법의 도입을 뛰어 넘어 우리 사회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하기 위한 것이고 이를 통해 국가 중기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효율적으로 달성하고 국제 탄소시장에 적극 대응한다는 것이 그 추진배경이다.
정부는 배출권거래제 도입의 이유로 먼저 산업계의 부담완화를 꼽았다. 시장원리에 기반한 온실가스 감축을 추진할 수 있는 배출권거래제는 직접규제 방식의 목표관리제 단점을 보완하는 한편, MRV 등을 목표관리제와 연계해 산업계의 부담을 줄여줄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정부는 배출권거래제 도입을 통해 국제사회의 강제적 규율 없이 자체 노력으로 온실가스 감축을 추진해 이후 국제협상을 주도하겠다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무엇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온실가스를 감축하기 위한 노력을 유도할 수 있으며, 국내 탄소시장 기반 조성에서 배출권거래제가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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