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가 기업의 성장과 혁신에 기여해야 한다.”(맥킨지)
“돈 버는 데 기여하는 최고정보책임자(CIO)여야 한다.”(가트너)
금융위기 이후 기업에서 IT의 역할이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에 대한 논의가 ‘성장과 혁신’이라는 메시지로 수렴되고 있다.
경영컨설팅과 IT리서치 분야의 대표 기업들이 내놓은 메시지를 조합하면, 그 결론은 간단하다.
‘비즈니스 성장이 CIO의 최종 목표다. 이를 위해 CIO는 제품과 서비스 혁신에 기여할 수 있는 IT 투자에 적극 나서야 한다.’
안정적인 IT서비스 운영이 더 이상 CIO의 핵심 과제일 수는 없다는 얘기다. 비즈니스를 가능하게 하는(business enabler) 역할이 아니라 IT를 이용해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맥킨지가 지난달 세계 각국 기업의 임원(IT임원 포함) 86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례 ‘글로벌 비즈니스 테크놀로지 설문조사’가 이를 잘 보여준다. 우선 IT조직을 비용센터로 여기는 임원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2008년 및 2009년 조사에서는 각각 33%, 25%의 응답자가 IT조직의 우선적인 역할을 ‘낮은 가격에 IT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답했지만 올해는 이 비율이 23%로 줄었다. 대신 ‘비즈니스 효율성 극대화’(39%)와 ‘차별화된 비즈니스 성과’(21%)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흥미로운 것은 응답자들이 클라우드 컴퓨팅같은 혁신적인 기술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맥킨지 조사에서 무려 80% 이상의 응답자들이 클라우드 기술을 이용하고 있거나 테스트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들은 클라우드 컴퓨팅에 주목하는 가장 큰 이유로, 비즈니스 유연성과 비즈니스 요구에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장점을 각각 1순위, 2순위로 꼽았다.
하지만 응답자들의 40%는 IT 부서의 능력에 대해 만족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경기침체로 투자를 망설인 것이 주요 이유 중 하나다.
비용을 줄이면 단기적으로 안정을 추구할 수 있지만 이런 파괴적인 혁신에 뒤처질 가능성이 높다. 경영 환경의 변화와 급속한 기술 진화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등장하거나 다른 산업영역에서 대체재가 나오는 등 경쟁 양상이 송두리째 뒤바뀌고 있는데 말이다.
통신사업자들의 클라우드 서비스는 파괴적 혁신의 대표적인 예다. 전통적인 영역으로 보자면, IT서비스 업계와 소프트웨어 업계의 생태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심지어 큰 위협이 되고 있다.
얼마 전 가트너는 향후 10년 내 글로벌 2000대 기업의 CEO 중 5%는 CIO 출신이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비즈니스 혁신과 성장에 기여하는 CIO는 CEO가 될 기회가 많아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가트너의 장밋빛 주장이 다소 과장된 수치일지는 몰라도 IT기반 혁신이 기업의 존망에 큰 변수가 될 것이라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메시지임에는 분명하다.
박서기 CIO BIZ+ 편집장 겸 교육센터장 sk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