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세포는 어떤 세포로도 변할 수 있는 원시세포인 만큼 잠재력이 큽니다. 줄기세포 연구는 21세기 생명공학의 패러다임을 바꿀 겁니다.”
세계 생명공학계는 ‘줄기세포 전쟁’ 중이다. 교육과학기술부 21세기 프런티어 연구개발 사업의 세포응용연구사업단장을 맡고 있는 김동욱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는 그 일선에 선 우리나라의 전사 중 한 명이다.
우리나라의 줄기세포 연구는 선진국에 비해 연구비 규모나 인력 면에서는 열세다. 하지만 나름대로 선전하고 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에 비해 미국은 약 30배 이상, 일본은 약 5배 이상의 줄기세포 연구비를 지출하고 있다”며 “이러한 열세 속에서도 배아줄기세포 관련 논문 수가 세계 4위를 기록하기도 하고 배아줄기세포 수립 및 유지, 신경세포로의 분화 기술 등은 세계 수준급”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가 주력하는 연구 분야는 배아줄기세포를 이용한 도파민 신경세포 분화와 올리고덴드로사이트(희소돌기아교세포)의 생성, 질병 특이적 역분화줄기세포 연구 등이다. 김 교수는 “도파민 신경세포 분화는 이미 세계 최고 수율(86%)로 시험에 성공, 기술의 최적화를 서두르고 있으며 희소돌기아교세포는 세계 두 번째 개발로 척수손상 마비 모델에 이식 실험을 진행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모두 세계적 수준으로 평가된다.
특히 김 교수의 배아줄기세포 분화 기술은 신경계통 분야 줄기세포 분화의 대표 공식 프로토콜로 채택되는 쾌거를 거뒀다. 지난 9월 영국에서 열린 국제 줄기세포 포럼에서다. 김 교수가 개발한 분화 기술은 줄기세포주 사이의 고유 분화특성을 극복하고, 모든 전분화능 줄기세포가 효율적으로 신경세포로 분화될 수 있도록 구현했다.
프로토콜로 채택되면서 김 교수의 기술은 전 세계의 대표적 배아·역분화 줄기세포주를 신경세포로 분화하며 비교·분석하는 표준 방법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그는 “이 방법을 사용해 모든 배아줄기세포 및 역분화 줄기세포를 효율 좋게 신경세포로 분화시킬 수 있다”라며 “그 동안 뒤쳐지는 것으로 평가됐던 우리 분화 기술이 세계적으로 공인받았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성과를 내고 있지만 불과 몇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 줄기세포 기술에 대한 주변 시선은 차가웠다. ‘황우석 사태’ 때문이다. 김 교수가 연구를 진행하며 가장 힘들었던 점도 이 부분이다. 그는 “신뢰 회복을 위해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눈썹이 하얗게 새고 목도 안좋아졌다”며 “그래도 사업단이 국내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부정적 시선을 없애는 데 맏형 노릇을 해내서 보람도 많이 느낀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계속 연구해 신경계 질환의 세포 치료제 개발에 공헌하고 싶다”고 말했다. 줄기세포를 포함한 생명공학은 우리나라가 과학분야 첫 노벨상을 배출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분야다. 하지만 아직 채워져야 할 조건이 많다. 그는 “우수 기초과학 인프라가 너무 취약하다”며 “기초연구에 대한 지원도 훨씬 늘어나야 하고, 실험은 적고 이론 위주로 돌아가는 이공계의 ‘죽은 교육’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