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출권거래제 도입과 관련해 불협화음을 막기 위해서는 우선, 정부의 통일되고 일관성 있는 온실가스 정책추진과 명확한 타임테이블 제시가 필요하다. 정책적 신뢰 없이 부처 간 주도권 다툼 양상으로 흐르게 되면 득보다는 실이 더 크다.
조용성 고려대 교수는 “배출권거래제 법안에서 구체화하거나 다듬어야 할 부분을 명확히 디자인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법(안) 조항에 배출권거래제 주관기관을 정부라고 두루뭉술하게 해 놓은 것을 분명히 소관 부처로 명기하고 대통령령에 의해 규정한다는 세부 항목에 대해서도 논란의 여지를 남기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산업계가 갖고 있는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추진에 대한 평가는 한마디로 ‘혼란스럽고 정책 일관성이 결여됐다’는 것이다. 이는 바꿔 말하면 정부가 장기적인 안목에서 체계적인 계획을 수립해 온실가스 정책을 추진하고, 그 수단으로 배출권거래제를 도입한다면 반대할 의사가 없다는 얘기도 된다. 배출권거래제 추진 과정에서 산업계의 반대가 불거진 원인도 바로 정부에 대한 ‘믿음’이 서지 않기 때문인 것이다.
산업계가 온실가스 정책을 믿지 못하도록 만든 단초는 정부가 제공했다. 연초 ‘녹색성장 기본법’을 만들 때도 지식경제부와 환경부가 서로 주도권을 가져가기 위해 치열한 싸움을 벌였다. 그리고 녹색법이 제정된 지 불과 7개월이 지난 지금 또다시 주도권 다툼이 배출권거래제법 도입 과정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배출권거래제는 목표관리제와 달리 소관부처별로 나눠서 관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어디서 만들어진 배출권이든지 동일한 가격으로 거래가 이뤄지기 때문에 부문별 할당 시 규제강도와 형평성이 명확히 적용돼야 한다.
녹색법을 도입하면서 온실가스 총괄기관 자격을 얻은 환경부는 배출권 거래제를 통해서 산업계를 컨트롤하는 부서로 탈바꿈하겠다는 전략이다. 배출권거래제가 도입되면 당연히 온실가스 정책 총괄기관인 환경부가 맡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환경부의 이 같은 방침에 지경부는 일단 배출권거래제 도입을 지연하면서, 궁극적으로는 배출권거래제를 도입해도 실효성을 고려해 ‘산업부문’에만 한정하자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산업부문만 배출권거래제를 도입한다면 당연히 이를 지경부에서 관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공청회에서도 정부 간 이견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공청회에 패널로 참석한 녹색성장위원회 기후변화대응팀장(환경부 파견)이 “배출권거래제가 2013년 도입되더라도 이월 등의 이유로 산업계에 규제가 가해지는 것은 2015년”이라고 설명하자, 지경부의 온실가스정책 담당 과장은 “배출권거래제 도입과 동시에 그 해에 규제가 들어가는 것이 아니냐”며 반문한 바 있다.
정부 내에서 시행 시기 의견조차 조율이 되지 않은 상태다. ‘산업계는 따라오라’는 정부 논리가 먹혀들지 않는 이유 중 하나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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