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길위의 강자…4륜구동의 계절이 왔다

`겨울이 오면 힘이 난다.`

겨울에 유난히 강한 차들이 있다. 네 바퀴에 모두 힘을 전달할 수 있거나 아니면 앞바퀴로 움직이는 전륜구동 방식의 자동차들이다. 최근에는 단순히 네 바퀴에 힘을 전달하는 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힘의 크기를 조절하고 방향을 잡아주는 기능까지 진화하고 있다.

4륜구동(4WD)이 승용차로 활용된 방식은 실제 `눈과 빙판길`에서 비롯됐다. 일본 자동차 업체 스바루는 1972년 레오네 왜건에 일본 승용차 중 처음으로 4WD 방식을 적용했다.

이후 홋카이도와 간사이 지역에서는 4WD 승용차 판매 비중이 높아졌는데 가장 큰 그 이유가 이곳에 눈이 많이 내렸기 때문이었다.

4WD 승용차가 겨울 강차로 부상하게 된 계기는 독일 자동차 아우디가 만들었다. 아우디는 1970년대 후반부터 후륜구동 방식을 사용하는 벤츠와 BMW에 맞서 4WD 메커니즘을 연구했다. 그 결과 등장한 게 아우디를 4WD 세단의 대명사로 만들어준 `콰트로` 시스템이다. 아우디는 2005년 콰트로 탄생 25주년을 기념해 A6 4.2 콰트로 모델로 37.5도 경사에 눈까지 덮인 피카보리 스키 점프대를 거슬러 올라가는 광고를 내보내 유명세를 탔다.

풀타임 콰트로 시스템은 평소에는 전륜과 후륜에 각각 40대60으로 동력을 배분한다. 하지만 노면이나 교통 상황에 따라 15대85 또는 65대35로 동력을 나눠 눈길이나 곡선길에서 주행 안전성을 높여준다.

폭스바겐의 플래그십 세단 페이톤에 채택된 `4모션`도 뛰어난 구동 시스템이다. 전후좌우는 물론 대각선으로도 구동력을 전달해 눈길이나 빙판길에서 안전하게 달릴 수 있게 한다.

벤츠의 `4매틱 시스템`은 전륜과 후륜에 45대55의 일정한 구동력을 전달하는 상시 4WD 시스템이다. 눈길에서 구동력을 고루 분배해 바퀴가 미끄러지지 않도록 조절해준다. BMW 4WD는 `X드라이브`다. X는 크로스컨추리(cross-country, Xcountry)에서 따왔다. 눈길을 장거리 운행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반영한 것이다. 역시 도로 상황에 따라 앞뒤 구동력을 0~100이나 100~0으로 자동 분배한다.

인피니티의 `올모드 4WD`는 전륜과 후륜 토크 배분을 0대100에서 50대50까지 전자식으로 자동 변환해준다.

재규어는 `트랙션4`라는 방식을 채용했다. 이 시스템은 눈길에서 한쪽 바퀴가 미끄러질 때 나머지 바퀴에 구동력을 집중해 회전의 균형을 유지시켜 준다.

렉서스 LS600hL에 장착된 `토센 LSD 4륜 시스템`은 4대6, 5대5, 3대7 등으로 구동력을 배분한다. 혼다 레전드에 반영된 `SH-AWD`는 배의 앞머리를 틀 때 반대쪽 노를 젓는 원리를 이용했다. 2WD 자동차가 미끄러운 도로에서 왼쪽으로 방향을 틀면 오른쪽으로 밀리는데 이 방식을 사용하면 안정적으로 방향을 잡을 수 있다.

겨울의 나라 스웨덴에서 온 볼보도 플래그십 세단인 S80에 `인스턴트 트랙션 내장 4WD 시스템`을 장착했다. 전자관리 시스템이 지속적으로 휠의 회전속도와 추진력, 엔진 토크, 엔진 스피드, 브레이크를 관찰해 마찰력이 높은 휠에 출력을 집중시켜주는 게 특징이다.

포드 이스케이프에는 1초에 200번씩 구동력을 확인한 뒤 토크 배분을 조절해 접지력을 확보해주는 `인공지능 4WD`가 적용됐다.

국산 차에도 강력한 4WD 시스템이 장착되고 있다. 르노삼성 QM5의 `올모드 4WD`는 운전자의 습성, 도로, 날씨 조건에 맞게 주행 모드를 자동과 2WD, 4WD로 바꿀 수 있다. GM대우의 첫 SUV인 윈스톰에는 GM의 신기술 `액티브 온 디맨드 4WD`가 채택됐다. 실시간 주행 상태를 모니터링해 구동력을 제어하고 별도의 조작 없이도 눈길이나 빙판길을 달릴 때 0.2초 내에 4WD로 자동 전환한다.

4WD 시스템은 겨울 강차를 위한 `필요조건`이 됐다. 하지만 이것으로 충분한 것은 아니다. 미끄러운 경사로나 곡선도로에서 차체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눈길 탈출도 도와주는 차체자세제어장치, 내리막길 밀림 방지장치, 브레이크 전자제어장치 등 다른 시스템들과 힘을 합쳐야 진정한 겨울 강차로 인정받을 수 있다.

[매일경제 김경도 기자/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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