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편시대 열린다 / ② 미디어 기업가정신 가져야 ◆
내년 하반기부터 방송을 시작할 종합편성채널을 둘러싼 미디어 환경은 쉽지 않다. 지상파 방송 등 올드 미디어들과 무한경쟁을 벌여야 한다. IPTV와 3DTV에 이어 스마트TV 등 속속 등장하는 뉴미디어 환경에도 적응해야 한다. 여기에 국가 간 미디어 장벽도 사라지고 있다.
일정 기준을 넘어서면 모두 사업권을 받는 절대평가를 통해 다수의 종편채널이 선정되면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거나 도태되는 미디어 질서가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종편채널이 방송시장에 새 바람을 불어넣기 위해선 무엇보다 `미디어 기업가 정신`이 요구된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한다.
방송통신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검증된 미디어 경영능력은 물론이고 콘텐츠와 기반시설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 시장을 개척하는 창조적 도전정신, 방송의 공공성ㆍ공익성 등을 두루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일각에서 제기되는 종편채널에 대한 회의적 시각과 비판 여론을 극복할 수 있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도 "좋은 인재들이 모여 새로운 것을 추구하면 방송시장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물론 기득권이 강하게 작용하는 미디어시장의 특성을 고려할 때 서로 공정 경쟁이 보장되어야 한다. 노기영 한림대 교수는 "능력과 자원을 가지고 공정하게 승부할 수 있는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정부의 종편 도입 목표 중 하나인 방송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제조건이기도 하다.
`미디어 기업가 정신`으로 척박한 국내 케이블TV 시장을 개척한 사례가 있다.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삼성(캐치원), 현대(현대방송), 대우(DCN) 등 대기업들이 케이블TV시장을 속속 떠났다. 한때 250개가 넘었던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도 100개 안팎으로 줄었다.
그러나 종합보도채널 MBN은 1995년 케이블TV 개국 당시 수익성 문제 때문에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던 `보도`라는 장르를 인기 장르로 탈바꿈시켰다. 국내 미디어 기업에 `수익 경영`이라는 개념을 도입한 결과 영향력과 수익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성과를 올렸다.
특히 다른 채널들이 경영상 문제로 지배구조가 여러 번 바뀌는 악순환 속에서도 묵묵히 견뎌왔다. 종합편성채널에 출사표를 던진 매경미디어그룹은 이미 MBN을 통해 방송경영능력, 도전정신, 공익성 실현 등을 검증받았다는 게 미디어업계의 대체적인 평가다.
tvNㆍ엠넷 등을 거느리고 있는 CJ미디어도 콘텐츠 시장에서 창조적인 도전정신을 보여줬다. 투자 대비 수익을 거두지 못할 때에도 콘텐츠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그 결과 tvN의 `롤러코스터-남녀탐구생활`은 지상파에서 온갖 패러디물을 만들어냈고 엠넷 `슈퍼스타K2`는 동시간대 지상파 프로그램을 누르고 18%대 시청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사실 대한민국 60여 년 경제사에 획을 긋는 대역사는 기업가 정신의 산물이었다.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은 "철강 공급이 넘치는 데 제철소를 만들면 경제성이 없고 자원 낭비"라는 비판을 견뎌내며 1973년 6월 국내 첫 용광로에서 쇳물을 뽑아냈고 철강 강국을 만들어냈다.
40년 전 "쌀도 모자라는데 웬 고속도로냐"는 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탄생한 경부고속도로는 물류의 대동맥을 형성하고 있다. 1983년 이병철 당시 삼성그룹 회장의 반도체사업 진출 발표는 한국을 반도체 1위 국가로 올려놓는 밑거름이 됐다. 이처럼 새롭게 탄생할 종편도 미디어 기업가 정신이 충만한 사업자에게 맡겨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문이다.
새로운 종편채널은 외부 협력업체와의 상생 구도를 보여줘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그동안 지상파 방송의 독과점 지위가 고착되면서 건전한 방송 생태계가 형성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문행 수원대 교수는 "지상파 방송사와 불합리한 유통 구조로 인해 외주제작사의 하도급화, 창작 기반 침체가 우려된다"며 "종편채널과 독립제작사의 협업 필요성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매일경제 윤상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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