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문 교수의 리딩 혁명] <2> 책의 변신과 미래

기원 전 3500년 수메르 사람들이 일명 와본(瓦本)이라 불리는 점토판 책을 만들면서 책의 역사는 시작됐다. 이후 파피루스 책으로, 다시 양피지 책으로 변신하더니 또다시 종이책으로 변신을 거듭해 오늘날에 이르렀다. 오랜 세월 종이책은 책의 대명사로 사회적 위상을 가지며 인간사회의 지식과 정보를 전달하는 매개체로서 역할을 수행해 왔다. 하지만 책의 변신은 멈추지 않았다. 마침내 꿈의 책이라 불리는 전자책이 발명되면서 오랜 세월 누려오던 종이책의 사회적 위상이 최근 크게 흔들리고 있다.

도대체 전자책이 무엇이기에 적어도 AD 105년 이상 거슬러 올라갈 정도로 오랜 역사를 가진 종이책의 위상을 흔들고 있단 말인가. 여러 이유가 있겠으나 핵심은 편리성과 경제성이 아닌가 한다.

사실 전자책은 일본 NEC가 ‘디지털 북 플레이어’를, 후지쯔가 IC 카드 전자책을 선보이고, 광 기록기술에 의한 CD롬 전자책이 등장하던 초기만 해도 종이책 위상을 흔들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디지털과 전자출판 그리고 네트워크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진보하면서 사정은 달라졌다. 왜냐하면 생산·유통자가 정보기술을 활용해 지식과 정보를 생산하고 유통하면 아날로그 방식과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편리하고 경제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용자들은 인터넷에 연결된 컴퓨터나 이와 연계된 유비쿼터스 개념의 단말기로 지식과 정보를 이용하면 아날로그 환경과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편리하고 경제적인 방법으로 이용할 수 있다. 결국 인식의 변화가 종이책의 그 견고하던 위상을 흔들고 있다. 그리고 가속하고 있다.

그렇다고 전자책의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아직 단행본은 간행물과 달리 전자책의 생산·유통이 기존 종이책을 디지털화하는 것에 머물고 있다. 따라서 미래의 전자책이 종이책이 누렸던 위상을 얻기 위해서는 한 번 더 변신해야 한다. 저작물을 전자출판에 의해 출판·유통하는 것으로 또 한 번의 변신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그래야 전자책이 견고한 위상을 가질 수 있다. 물론 노력은 진행 중이다. 1인 출판을 육성하려는 것이 그렇고, 정가제를 도입하려는 노력이 그렇다.

더 있다. 출판사와 단말기의 변신이 그것이다. 전자책이 사회 속에서 견고한 위상을 가지려면 1인 출판자를 양성하는 것 못지않게 출판사의 변신이 필요하다. 출판사가 전자책을 생산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는 말이다. 이런 면에서 한국전자출판협회가 실시하는 ‘전자책 제작자 육성 교육프로그램’은 매우 의미가 있다.

또 전자책이 대중에게 사랑받기 위해서는 종이책과 유사한 독서환경을 제공할 수 있는 단말기의 제작이 필수다. 인간 친화적인 전자책 단말기를 향한 지속적인 변신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이런 면에서 최근 여러 업체가 인간 친화적 전자책 단말기를 속속 개발하고 있는 것은 전자책의 미래에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책은 끊임없이 변신을 거듭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변신을 거듭한 결과 책은 그 패러다임을 종이책에서 전자책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하지만, 한 가지 간과할 수 없는 것은 미래에도 여전히 종이책의 필요성과 이를 선호하는 마니아는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전자책 못지않게 종이책도 변신이 계속됐으면 한다. 그래서 그 위상 또한 견고하게 인간사회를 지켜 갔으면 한다.

이종문 경성대학교 문헌정보학과 교수(jmlee@k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