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가 38년 만에 생활가전사업에서 매출 10조원 시대를 연다. 지난 1972년 12월 연평균 3만대 규모의 냉장고 생산라인을 마련해 자체 생산에 뛰어든 지 38년 만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들어 1월부터 9월 말까지 생활가전 부문에서 매출 8조7898억원을 기록하면서 ‘생활가전 10조 시대’에 성큼 다가섰다고 30일 밝혔다. 삼성은 지난해 생활가전 부문에서 9조6821억원, 2008년 8조6011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지난 3분기 2300억원의 적자를 기록하긴 했으나, 삼성이 생활가전에 뛰어든 지 38년 만에 순수 생활가전 매출액이 10조원을 최초로 돌파하는 것이다. 이는 올 상반기 생활가전 부문 성장률이 전년 대비 48%를 기록한 데 이어 하반기에도 업계 평균성장률을 웃돌고 있기 때문이다.
하반기 들어 물류비·인건비·원자재의 3대 악재를 만났으나, 올 3분기까지 삼성전자가 생활가전사업에서 올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7조1287억원에 비해 23%가량 증가했다.
삼성이 이처럼 10조 시대에 성큼 다가선 것은 올해 들어 유럽과 미국 등 주요 시장에서 프리미엄 냉장고와 세탁기 판매가 호조를 보인데다 CIS 등 신흥 시장에서의 지역특화형 제품이 인기를 끌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감성(Emotion), 친환경(Ecology), 에너지 절약(Energy Saving), 건강(Health) ‘3E 1H’ 컨셉트를 중심으로 한 차별화된 제품이 국내외 소비자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는 게 삼성 측의 설명이다.
삼성전자 고위관계자는 “가격경쟁을 지양하고 3E 1H 전략에 부합하는 혁신제품을 지속적으로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이를 통해 2011년 냉장고, 2012년 세탁기, 2013년 청소기 시장에서 글로벌 넘버원 자리에 오른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폴란드·인도 등 주요 해외 생산거점에 대규모 투자가 지속되고 있어 내년부터 ‘규모의 경제’ 효과를 기대했다. 폴란드 아미카 공장은 인수액보다 늘어난 금액을 투자할 예정이다. 앞서 삼성은 지난 3분기 생활가전사업에서 물류비, 원자재 가격 및 대규모 미래투자의 영향으로 2300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한편 삼성전자는 지난 1972년 냉장고를 시작으로 1974년 에어컨과 세탁기, 1979년 전자레인지 생산에 뛰어들었으나 생활가전사업은 한때 적자가 지속되면서 계륵으로 분류되기도 했다.
김원석기자 stone201@et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