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커넥터 업계가 글로벌 업체들의 ‘특허 장벽’에 가로막혀 고부가가치 시장에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
나름 기술과 자본을 축적한 국내 대형 커넥터 업체조차 해외 업체들의 특허 경고 및 표준 선점으로 인해 고부가가치 시장 진입이 차단되고 있다. 국내 세트업체가 특허 분쟁을 걱정해 최종 구매를 꺼리기 때문이다. 국내 업계가 특허 풀을 마련해 대책을 모색하자는 논의가 있지만, 업체 간 과도한 경쟁으로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 커넥터 업체 IPX가 국내 커넥터 업체 두 곳에 특허 침해 관련 경고장을 발송했다. 두 국내 업체는 선행 개발로 고부가가치 커넥터 시장 진출을 시도하던 상황이었지만, 일본 업체의 특허 경고로 관련 프로젝트를 처음부터 다시 검토하고 있다. 신사업으로 전기차 커넥터 시장 진입을 노리던 A사도 일본 야자키의 특허 방어로 난항을 겪고 있다.
세계 커넥터 시장은 35조원 규모로 지속 성장하고 있지만, 국내 업체들은 저부가가치 시장에 머물러 있다. 국내 세트업체들도 고부가가치 부문인 선행 개발은 해외 업체에 맡기고, 경쟁 수준이 높아져 가격 교섭이 필요하면 국내 업체에 물량을 공급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커넥터 업체들은 저부가가치 시장에서 가격 및 납기 경쟁력에만 의존하는 상황”이라면서 “중국 업체들의 추격이 빠르기 때문에 국내 커넥터 시장 전부를 해외 업체에 내줘야 하는 상황이 올지도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초소형 커넥터 시장은 일본 업체들이 특허 장벽으로 방어를 구축하고 있고, 신규 제품은 타이코·몰렉스·JAE 등 대형 업체들이 배타적 그룹을 형성해 표준을 선점하고 있다. 신규 커넥터 제품은 인터페이스 표준을 설정해야 하기 때문에 글로벌 칩세트 업체와 협력해야 한다. 그런데 국내에는 인터페이스 관련 투자를 진행할 업체도 없고, 설령 개발을 진행해도 해외 업체들의 특허 방어로 사실상 진입이 어렵다.
선행 개발 단계에서 철저하게 후발업체의 참여를 배제해 선두업체들이 고수익을 누리는 구조다. 커넥터 업체 몰렉스가 세계 최대 휴대폰 업체 노키아 물량을 매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도 이런 시장 상황 때문이다.
국내 고부가가치 커넥터 시장도 일본 업체들이 80~90% 이상 선점하고 있다. 국내 업체들이 디스플레이 패널 시장의 선두 업체지만, 패널에 사용되는 포트 개발은 일본 업체들이 전담하고 있다. 전기차 및 국방용 커넥터 시장도 마찬가지다. 이에 따라 가격 교섭력도 국내 구매 업체보다 해외 커넥터 업체가 강한 경우가 많다.
국내 대형 커넥터 업체 고위 임원은 “삼성전자가 매년 구매하는 커넥터 구매 금액이 4000억원에 달한다”면서 “정부가 기술 및 특허 회피를 정책적으로 지원하고 국내 업체간 협력을 강화해 외산 커넥터를 국산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