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FTA 돌파구 못찾고 샅바싸움

한미 통상장관이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인근에서 만나 자유무역협정(FTA) 쟁점현안 해결을 위한 묘안찾기에 나섰으나 돌파구를 찾지 못한 채 치열한 샅바싸움만 벌였다.

양측은 2차 협상 첫날인 이날 FTA 쟁점과 관련된 새로운 문제를 제기하지 않으며 일단 `확전`은 피하면서 지금까지 논의된 것을 중심으로 집중적인 절충에 나섰다. 그러나 여전히 `헛바퀴`만 돌았다.

양측이 일단 새로운 문제를 들고 나오지 않고 기존에 제기된 문제점을 중심으로 논점을 좁혀감에 따라 협상이 막바지 국면으로 접어든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전망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한미 양국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3시간여 동안, 오후 4시15분부터 1시간여 동안 두 차례 협의를 가졌지만 합의도출에는 실패했다.

협상장인 호텔에 함께 묶고 있는 양국 관계자들은 수시로 전화연락 또는 비공식접촉을 갖고 논의를 계속 협의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 통상장관들은 한목소리로 `이번엔 끝내야 한다`는 의지를 강조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합의를 눈앞에 둔 게 아니냐`는 해석과 `협상이 안되기 때문에 타결의지를 더 강조하는 것`이라는 반대견해가 맞서기도 했다.

이날 협상에 한국측에선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 최석영 FTA 교섭대표, 안총기 외교통상부 지역통상국장, 이태호 외교통상부 FTA정책국장 등 4명이 협상테이블에 앉았다. 한국에서 온 나머지 10여명의 대표단은 장외에서 `지원사격`에 나섰다.

미국측에서도 1차 협상 때처럼 론 커크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드미트리우스 마란티스 USTR 부대표, 웬디 커틀러 USTR 대표보, 마이클 프로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경제부보좌관 등 4명이 협상테이블의 맞은 편을 차지했다.

김 본부장은 첫날 협상을 마친 뒤 "현재 이야기되고 있는 것은 지난번에 얘기했던 내용, 그 꼭지 그대로다"라고 소개했다.

이어 김 본부장은 "다만 새로운 것은 없지만 서로의 입장을 어떻게 절충하느냐는 문제가 남아 있다"고 밝혀 타협점을 찾기 위해 주고받기식 협상에 박차를 가하고 있음을 뒷받침했다.

그렇지만 그는 협상 전망에 대해 "쉽게 되겠다, 아주 어렵겠다고 말하기는 이르다. 더 해봐야 안다"면서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전날 미국에 입국하면서 협상일정을 이틀로 잡은 데 대해 "이틀이면 긴 시간"이라며 낙관적으로 전망했던 것에 비쳐볼 때 상당 정도 후퇴한 모습이다.

협상 대표단의 한 관계자는 "협상이 아직도 유동적"이라면서 "잘 풀릴 수도 있지만 깨질 수도 있다는 부담감도 여전히 남아 있다"고 말했다.

다른 정부 관계자는 "아직 양측이 더이상 꺼내놓을 카드가 없다고 실토하고 이를 서로 인정할 정도로 `타협의 순간`에는 이르지 못한 것 같다"며 "그런 순간이 내일(1일)이 될지는 좀 더 두고볼 일"이라고 밝혔다.

일부에선 당초 2차 협상에 임할 때만 해도 한국 정부 대표단이 상황을 희망적으로 전망했지만 첫날 협상 후 신중모드로 바뀌었다며 첫날 회의에서 미국측이 제시한 절충점이 정부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돌았다.

또 한국 정부가 북한의 연평도 포격 사태로 인해 한미동맹이 강조되면서 FTA 협상에서 일방적으로 미국에 양보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협상에서 더욱 완강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한편, 이번 협상이 `패키지 딜(일괄타결)로 진행된다는 점도 협상의 진전이나 `의미있는 합의`를 규정하기 어렵게 하는 점으로 꼽히고 있다.

김 본부장은 "마지막까지 최종 합의가 안 되면 어느 것도 합의가 됐다고 말할 수 없다"면서 "이해당사자들에게 설명이 가능한 절충안을 마련해야 하는 게 바로 협상 대표들이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