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제목 때문에 샀다. 궁금했으니까. 책은 2008년 8월에 나왔고, 읽은 것은 2009년 어느 날… 이었던 것 같은데, 정확히 언제쯤이었는지 모르겠다. 짬이 나는 대로 사나흘 만에 후루룩 들이켰던 기억만 남았다. 어쩌면 그렇게 딱 ‘사나흘 만에 후루룩’ 삼킬 수 있을 책일 것 같다.
그 뒤로 얼마나 지났을지 모르겠으나 며칠 전 책꽂이에 꽂힌 걸 스치듯 지나다가 제목에 다시 사로잡혀 ‘뭐였더라’ 하며 다시 뽑아 들었다. 사실 이 책 먼지를 오랜만에 쓸어 낸 직접적인 원인은 인터넷 비리 고발 사이트 위키리크스(www.wikileaks.org)가 부른 소동이었다. 위키리크스가 지난달 28일 공개한 미국 국무부 외교 전문(電文) 25만여 건. 온 세계가 소스라친 그 소동!
당장 한반도에 얽힌 여러 이해 당사자(국가)를 보는 미국의 시각에 경악했다. 또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신경안정제를 먹는지, 반기문 사무총장을 비롯한 국제연합(UN) 고위층의 신용카드 번호와 이메일 주소는 무엇인지, 천영우 대통령실 외교안보수석이 중국의 우다웨이 한반도사무특별대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등등. 미국은 거의 모든 걸 알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렇게 여전히 스스로 정한 ‘세계의 경찰’ 노릇을 하고 있었다. 내심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으되 막상 그 증거를 ‘직접 보고 들으니’ 소름 돋는다.
반기문 UN 사무총장은 “감시를 당하고 좋아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누구나 그럴 것이다. 어느 나라 대통령이든, 필부든, 심지어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든!
미국의 이 같은 행위가 명백한 운명? “절대로 아니올시다”고, ‘독선’과 ‘착각’에 가까울 것으로 보였다. 곧 실증되리라 믿는다. 사람 위에 사람 없듯 나라 밑에 나라 없으니까.
부러운 미국 문화? 많다. 토론과 자유로운 의사 교환을 통해 교육 목표를 실현하려는 초·중등학교 평교사의 노력(260쪽), 세금을 따지고 논하는 것에 익숙하고 당당한 것(255쪽), 아이의 잘못을 꾸짖고 탓하는 대신 자신을 변호하고 권리를 주장할 수 있게 훈련시키는 것(185쪽) 등등. 특히 “대다수 평범한 미국인은 보편타당한 원칙과 상식 안에서 평화롭게 자기 삶을 유지한다(129쪽)”는…, 그 사는 환경은 부럽다 못해 한국에 꼭 구현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
미국을 배척하지 않을 이유? 있다. 야구에서 외야수가 늘 흑인(103쪽)이었으나 바뀌기 시작한 것, 과장된 영웅 만들기에 몰입(94~98쪽)하지 말아야 할 이유를 점점 깨달아가는 것 등등. 특히 “끊임없이 질문하고 저항하는 평범한 중산층이 미국을 튼튼히 받쳐주고 있다(73쪽)”는…, 그 사는 환경으로부터 민주주의가 발아하니까. 또 조지 W 부시 옛 대통령이 말한 ‘악의 축’에 종교적 배타성이 크게 작용(207쪽)했으되 미국에서 조금씩 무신론자가 늘어나고 있으니까.
후루룩 들이킬 수 있으되 미국이 어떻게 존재하는지, 미국 시민의 삶이 얼마나 행복한지(아니면 외로운지) 등 곰곰 생각하며 빼낼 돌이 많다. 비록 그 돌이 나쁜 돌일지라도 옥돌을 가는 데 쓰면 되니까.
최승은·김정명 지음. 리수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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