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에 접어든 중학교 2학년 학생처럼 자신은 남과 다르게 특별하다 느끼며 세상의 부조리에 대한 불만을 과장되게 나타내는 자의식 과잉의 정신상태, 혹은 그런 행위를 일컫는 말.
주로 인터넷에서 남들과 다른 취향을 과시하며 주류 문화나 일반적 견해를 무시하는 형태로 나타나며, 아무도 자신을 이해하지 못 한다고 생각하고 이를 즐기지만 동시에 누군가 자신을 이해해 주기를 바라는 이중적 태도를 말한다. 파멸, 광기, 폭주 등의 독한 표현이나 뜻 모를 인용구 등을 즐겨 사용한다.
한 디시인사이드 유저는 이를 ‘사춘기 특유의 남들과 다르고 싶은 욕망 때문에 드러나는 병신력’이라고 명쾌하게 정의했다.
인터넷에 떠도는 ‘중2병 테스트’에는 ‘인수분해 따위가 인생에 무슨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다’ ‘샐러리맨은 되고 싶지 않다’ ‘역사에 대해 어느 정도 알게 되고 나면 미국은 나쁘다고 말하고 다닌다’ 등의 항목을 볼 수 있다.
인터넷에선 자신의 마음에 안 드는 의견이나 취향을 나타내면서, 약간의 이상적 태도를 드러내는 게시물에 대해 ‘중2병이시네요’라며 비아냥거리는 경우가 많다. 그나마 사춘기 또래의 사람이 중2병 증세를 보이면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지만, 성인이 이러면 좋은 소리 듣기 힘들다.
본래 중2병은 1999년 일본의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중학교 2학년 학생이라면 누구나 할 법한 행동’이란 주제로 사연을 받는 코너를 만들면서 처음 등장한 용어다. 일본에서는 사춘기 청소년들의 특성을 재미있게 표현하는 유머 섞인 용어였지만, 한국에 수입되면서 자의식 과잉과 무개념, 허세 등을 포괄하는 부정적 의미로 쓰이게 되었다.
중2병은 자아와 세계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하는 자연스런 성장 과정으로도 볼 수 있다. 다만 과거 청소년의 일기장에만 묻혀 있을 말들이 인터넷으로 인해 널리 퍼지게 되면서 이런 심리를 지칭하는 용어도 등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생활 속 한마디
A:우리 회사는 직원들을 후기 산업사회 다국적기업의 소외 속으로 몰아넣으며, 폭주하는 자본주의적 가치에 매몰돼 참된 인간미를 잃어가고 있어.
B:상무님, 이렇게 사람들 앞에서 중2병 증세 보이시면 곤란합니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kr